장기투자를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합니다. “처음에 60/40으로 맞춰 놓은 주식·채권 비중, 도대체 얼마나 자주 다시 맞춰야 할까?” 그냥 몇 년 동안 그대로 두는 것이 나을지, 1년에 한 번씩 딱 정해놓고 리밸런싱을 하는 게 나을지, 아니면 큰 폭락장이 왔을 때만 손을 대는 게 맞는지 헷갈리기 마련입니다. 이 글에서는 같은 60/40 포트폴리오라도 리밸런싱 주기에 따라 장기 수익률과 최대 낙폭(드로다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주식·채권 지수와 한국 경제 상황을 겹쳐 놓은 그래프를 통해 비교해 봅니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대 박스장, 2020년 코로나 V자 반등까지 서로 다른 장세 속에서 “연 1회 리밸런싱 포트폴리오”, “아예 손대지 않고 방치한 포트폴리오”, “폭락장에만 비중을 조절한 포트폴리오”의 성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이야기처럼 풀어보며, 독자가 자신의 성향과 생활 패턴에 맞는 리밸런싱 리듬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이 글의 목표입니다.
서론: 비

중은 처음 한 번이 아니라, 꾸준히 다시 맞춰야 하는 이유
처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많은 사람들이 “나는 중립 성향이니까 주식 60%, 채권 40% 정도면 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비율에 맞춰 ETF나 펀드를 섞어 두죠. 문제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이 비율이 자동으로 무너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2003~2007년처럼 주식시장이 계속 오르던 시기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같은 기간 채권은 완만하게 움직이거나 박스권을 그렸습니다. 이때 처음에 60/40으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몇 년이 지나면 어느새 “주식 75%, 채권 25%” 같은 포트폴리오가 되어 있곤 합니다. 눈앞의 수익률은 좋아 보일지 몰라도, 처음 생각했던 위험 수준과는 완전히 다른 포트폴리오가 되어 버린 셈입니다.
반대로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3월 코로나 쇼크처럼 주식이 크게 빠지고 채권이 강하게 방어할 때는 상황이 거꾸로 벌어집니다. 같은 60/40 포트폴리오라도, 위기 직후에는 “주식 40%, 채권 60% 이상”으로 뒤집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리밸런싱을 하지 않으면, 이후 회복장에서 “싸졌을 때 주식을 사 두는”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즉,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방치하면, 상승장에서는 점점 공격적으로, 하락장에서는 점점 수비적으로 바뀌는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나는 중립형”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사이클이 돌 때마다 본인의 위험 노출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셈이죠.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리밸런싱(rebalancing)입니다. 일정 주기마다 혹은 특정 조건이 충족될 때 원래 목표했던 비중으로 되돌려 놓는 작업입니다. 흔히 1년에 한 번, 혹은 2년에 한 번 달력에 날짜를 정해 두고, 그때 주식이 너무 많이 늘어 있으면 일부를 팔아 채권을 사고, 반대로 주식 비중이 너무 줄어 있으면 채권 일부를 팔아 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이 단순한 습관만으로도, 놀랍게도 장기적으로는 “수익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슷하거나 더 좋아지고, 최대 낙폭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또 다른 고민이 생깁니다. “그럼 얼마나 자주 해야 하는가?”입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시장을 들여다보는 사람이라면 분기마다, 심지어 매달 리밸런싱을 하고 싶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자주 매매를 하면 거래 비용·세금이 늘어나고, 사소한 변동에도 흔들리게 됩니다. 반대로 몇 년 동안 손도 대지 않으면, 아까 말한 것처럼 포트폴리오가 전혀 다른 동물이 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또한 “큰 폭락장이 왔을 때만 리밸런싱하겠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언뜻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막상 폭락장이 왔을 때 공포 속에서 주식을 더 사는 결정을 내리기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처럼 리밸런싱은 이론적으로는 간단하지만, 실제 투자에서는 심리와 습관, 거래 비용, 세금까지 얽혀 있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서론에서는 먼저 “왜 비중을 다시 맞춰야 하는지”를 살펴봤다면, 이제 본론에서는 리밸런싱 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그래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려 합니다. 연 1회, 3년에 한 번, 아예 안 하기, 폭락 때만 하기 네 가지 방식을 가정하고, 한국 증시의 주요 경제 국면과 겹쳐 보는 식으로 말이죠. 이를 통해 독자가 “내 생활과 멘탈에 맞는 리밸런싱 리듬”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본론: 리밸런싱 주기별 그래프로 보는 수익률과 위험의 차이
1. 연 1회 달력 리밸런싱: 규칙적으로 비중을 되돌리는 기본형
가장 전통적인 방식은 “연말 혹은 연초에 1년에 한 번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원래 비중으로 되돌리는 방식”입니다. 60% 주식·40% 채권 포트폴리오를 예로 들면, 매년 12월 마지막 거래일의 자산 비중을 확인한 뒤, 60/40에서 벗어난 부분을 매매를 통해 다시 맞추는 식입니다. 그래프 상에서 보면, 이 방식의 누적 수익률 곡선은 100% 주식보다는 완만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우상향을 그립니다. 특히 2003~2007년이나 2020년 이후처럼 주식이 강하게 오른 구간에서도, 매년 일정 비율의 이익을 채권 쪽으로 옮겨 두기 때문에, 이후 찾아오는 조정장에서 최대 낙폭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연말 리밸런싱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 주식 비중을 줄여 둔 상태라면, 위기 당시 포트폴리오 전체 하락 폭이 “리밸런싱을 전혀 하지 않은 60/40 포트폴리오”보다 작아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기 직후 연말이 다시 왔을 때, 떨어진 주식을 더 사기 위해 채권을 일부 매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저가 매수”가 이루어집니다. 이런 패턴이 20년, 30년 반복되면, 리밸런싱의 효과는 단순한 “매년 비중 맞추기”를 넘어, “비싸게 팔고 싸게 사는 자동 매매 규칙”으로 쌓이게 됩니다.
2. 몇 년 동안 방치한 포트폴리오: 상승장에서의 달콤함, 위기장에서의 쓴맛
반대로 리밸런싱을 거의 하지 않고, 5년·10년씩 포트폴리오를 내버려 두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60/40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강세장을 거치고 나면 어느새 “주식 80%, 채권 20%”에 가까운 공격적인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그래프 상에서는 방치형 포트폴리오가 연 1회 리밸런싱 포트폴리오보다 항상 위쪽에 자리하는 구간이 생깁니다. 상승장이 계속되는 동안은 당연히 수익률이 더 좋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이 이때 “리밸런싱 안 하는 게 답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진짜 시험은 위기에서 나타납니다.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초 같은 급락장에서, 주식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진 포트폴리오는 60/40 기본 구조보다 훨씬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80/20이 되어 있던 계좌는, 사실상 80% 주식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그대로 겪게 됩니다. 위기 이후 몇 년 동안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면 장기 수익률이 결국 비슷해질 수도 있지만, 문제는 투자자가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느냐입니다. 방치형 포트폴리오는 “상승장에서 더 달콤하지만, 위기장에서 훨씬 쓴맛을 보여주는 그래프”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3. 폭락장에만 리밸런싱: 말은 멋있지만, 실천은 가장 어려운 방식
또 다른 방식은 “평소에는 놔두다가, 큰 폭락이 왔을 때만 비중을 맞추겠다”는 조건부 리밸런싱입니다. 예를 들어, 주식이 연초 대비 -20% 이상 떨어지는 해에는 추가로 채권을 팔아 주식을 사는 식입니다. 수치만 놓고 보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싸졌을 때 더 사고, 비싸졌을 때는 매도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래프 상에서도 이 방식은 잘만 실행된다면 상당히 매력적인 결과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위기가 올 때마다 공격적으로 비중을 늘리기 때문에, 이후 회복장에서 다른 포트폴리오보다 빠르게 누적 수익률을 회복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문제는 인간의 심리입니다. 시장이 -20%, -30% 떨어지는 그 순간은, 뉴스와 주변 분위기가 최악으로 흐르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지금이 바닥”이라고 믿기보다는,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지배합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많은 투자자가 이 시점에 추가 매수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존 비중을 줄이거나, 계좌를 닫고 싶어 합니다. 즉, 폭락장 조건부 리밸런싱 전략은 그래프 상으로는 매우 그럴듯하지만, 실전에서는 가장 실행하기 어려운 전략입니다. 실천할 수만 있다면 강력하지만,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에게는 심리적 난이도가 높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4. 리밸런싱 주기에 따른 그래프를 엑셀로 상상해 보기
이 모든 얘기를 한 번에 정리해 보고 싶다면, 엑셀이나 구글 시트에서 가상의 60/40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다른 시나리오별 그래프를 그려 보세요. ① 연 1회 리밸런싱, ② 5년 동안 방치, ③ -20% 폭락 시에만 비중 조정 같은 규칙을 정해 놓고, 과거 20년간의 주식·채권 연간 수익률을 대입해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각 포트폴리오의 누적 수익률 선과 최대 낙폭 그래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아마도 결과는 이런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치형은 강세장 뒤에는 가장 위에 있지만, 위기 이후에는 한동안 가장 아래로 떨어졌다가 서서히 회복합니다. 연 1회 리밸런싱 포트폴리오는 항상 중간에서 꾸준한 우상향을 그리면서, 최대 낙폭이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폭락장 조건부 리밸런싱 포트폴리오는, 실제로 그 규칙을 지켰다고 가정할 경우 가장 좋은 위험 대비 수익률을 보일 수 있지만, 투자자의 심리와 일상 속에서 이 규칙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함께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결론: 숫자보다 ‘내가 지킬 수 있는 리듬’을 선택하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대한 논쟁은 결국 “얼마나 자주, 얼마나 기계적으로 할 것인가”로 귀결됩니다. 데이터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면, 특정 시기에는 “방치가 더 좋았다”, 또 다른 시기에는 “리밸런싱이 훨씬 유리했다”는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 데이터를 알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일어날 일을 모르는 미래 속에서 지금 행동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중요한 질문은 “어느 방식이 이론적으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내느냐”가 아니라, “어떤 리밸런싱 리듬이라면 나는 10년, 20년 동안 꾸준히 지킬 수 있을까”입니다.
연 1회 리밸런싱은 이 점에서 현실적인 타협안입니다. 너무 자주 시장을 들여다볼 필요도 없고, 거래 비용과 세금도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비중이 심하게 왜곡되는 일을 막아 줍니다. 매년 연말 결산을 하듯, “올해 수익이 어땠는지, 주식·채권 비중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점검하고, 원래 목표했던 60/40·70/30으로 되돌려 놓는 습관을 들이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래프는 생각보다 안정적인 곡선을 그리게 됩니다.
방치형 포트폴리오는 상승장의 기쁨을 극대화해 주지만, 위기장의 고통도 함께 키웁니다. 만약 본인이 변동성에 강하고, 큰 낙폭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리밸런싱 주기를 일부러 길게 가져가 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경우에도 최소한의 기준선—예를 들어 “주식 비중이 80%를 넘어가면 무조건 한 번 리밸런싱한다”—같은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폭락장에만 리밸런싱하는 전략은, 분명 멋있어 보입니다. 공포의 한가운데서 “이제 싸졌으니 더 사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늘 영웅처럼 보이죠. 그러나 실제로 그 상황에서 버튼을 눌러 본 사람이라면,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투자자에게는,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규칙적인 리밸런싱”이 더 나은 선택일 가능성이 큽니다. 투자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고급 이론이 아니라, 끝까지 반복할 수 있는 단순한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리밸런싱을 “중간 점검일”처럼 일정에 써 두는 것입니다. 연말 혹은 생일, 결혼기념일처럼 잊기 어려운 날에 “포트폴리오 재점검”을 함께 적어 두고, 그날만큼은 뉴스와 단기 시세 대신, 처음 내가 세웠던 목표 비중과 지금의 비중이 얼마나 다른지를 차분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그 작은 습관이 쌓이면, 언젠가 그래프를 펼쳐 볼 때 “아, 내가 이 리듬 덕분에 여기까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 날이 올 것입니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리듬을 만들어 가는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