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장기 투자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화두 중 하나가 “주식 100% vs 주식·채권 혼합 포트폴리오”입니다. 누군가는 “장기라면 결국 주식이 최고”라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수익률 조금 낮더라도 마음 편한 60/40이 낫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막상 본인 계좌를 열어 보면, 어느 쪽을 선택했는지 뚜렷한 원칙 없이, 그때그때 시장 분위기에 따라 비중이 들쭉날쭉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은 그런 ‘감정 투자’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100% 주식·60% 주식+40% 채권·현금 섞인 보수적 포트폴리오를 하나의 그래프 위에 올려놓고, 연도별 수익률과 최대 낙폭(드로다운)을 비교해 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조합이 절대적으로 더 좋다”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변동성과 수익률의 상관관계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독자 스스로의 성향에 맞는 비중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입니다.

서론: 같은 수익률도 ‘얼마나 흔들렸는지’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숫자에 집중하게 됩니다. 연 7%, 연 10%, 10년간 몇 배, 이런 표현들이죠. 그런데 실제 계좌를 돌이켜 보면, **“최종 수익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 과정에서 계좌가 얼마나 출렁였는지**입니다. 10년 뒤에 2배가 됐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50%까지 떨어졌다가 회복된 계좌와, -20% 안에서 왔다 갔다 하며 2배가 된 계좌는 체감이 완전히 다릅니다. 전자는 중간에 포기하고 던질 가능성이 훨씬 높고, 후자는 비교적 끝까지 버티기 쉽습니다.
이 차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자산 배분 그래프입니다. x축에 연도를 두고, ① 100% 주식 포트폴리오, ② 60% 주식 + 40% 채권(전통적인 60/40), ③ 40% 주식 + 40% 채권 + 20% 현금 같은 보수적 포트폴리오를 각각 지수화하여 선 그래프로 그려 보면, “누가 더 많이 벌었는지”뿐 아니라 “누가 더 거칠게 흔들렸는지”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각 포트폴리오의 **연도별 수익률 막대그래프**와 **최대 낙폭(peak to trough)** 곡선을 함께 얹으면, 숫자만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던 리스크의 얼굴이 훨씬 선명해집니다.
서론에서 먼저 짚고 싶은 포인트는, 수익률과 변동성은 언제나 함께 따라다닌다는 점입니다. 100% 주식은 장기 기대수익률이 가장 높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만큼 낙폭과 출렁임도 큽니다. 반대로 채권·현금 비중을 늘리면 최대 낙폭은 줄어들지만, 장기 수익률도 낮아집니다. 이 둘 사이에는 “어느 게 옳다/그르다”의 문제라기보다, **“나는 어느 정도까지의 계좌 출렁임을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성향의 문제가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제 본론에서는 100% 주식, 60/40, 보수적 혼합 포트폴리오 세 가지를 예로 들어, 그래프가 보여주는 몇 가지 전형적인 패턴을 살펴보겠습니다.
본론: 100% 주식 vs 60/40 vs 보수적 혼합, 그래프로 보는 세 가지 길
1. 장기 수익률: 100% 주식이 가장 높지만, ‘계단’이 아니라 ‘롤러코스터’
먼저 가장 직관적인 부분부터 보겠습니다. 20년 이상을 놓고 보면, 보통은 100% 주식 포트폴리오가 가장 높은 최종 수익률을 기록합니다. 그래프에서 초록색 선(100% 주식)은 장기적으로 가장 위에 올라와 있고, 주황색 선(60/40), 파란색 선(보수적 혼합)이 그 아래를 따라가는 모양입니다. “역시 주식이 최고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그림이죠. 하지만 선의 모양을 조금만 더 자세히 보면, 100% 주식은 매번 위기를 지날 때마다 가파른 급락과 급반등을 반복합니다.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쇼크 같은 구간에서는 -30%, -40% 이상의 낙폭이 한 번에 나기도 합니다. 반대로 60/40 포트폴리오는 같은 기간 동안 떨어질 때 덜 떨어지고, 오를 때는 덜 오르면서도, 결과적으로 꽤 괜찮은 곡선을 그립니다. 보수적 혼합 포트폴리오는 가장 아래에서 완만한 우상향을 그리지만, 낙폭이 확실히 작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지는 구간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실제 투자자는 롤러코스터의 중간에 내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론상으로는 -50%까지 버티면 언젠간 회복된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구간에서 공포에 못 이겨 현금화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장기 수익률만 보고 100% 주식을 선택했다가, 정작 가장 중요한 위기 구간에서 계좌를 접어 버리면, 엑셀 속 숫자와 실제 투자 경험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2. 연도별 수익률 막대그래프: 혼합 포트폴리오의 ‘극단 값 줄이기’ 효과
같은 데이터를 연도별 수익률 막대그래프로 바꿔 보면, 100% 주식 포트폴리오는 **“아주 좋은 해와 아주 나쁜 해”**가 번갈아 나타나는 모습을 보입니다. 어떤 해에는 +30%, +40%에 가까운 강한 수익률을 기록하는 반면, 위기 해에는 -30%, -40%까지 떨어집니다. 반면 60/40 포트폴리오는 좋은 해에 +20% 안팎, 나쁜 해에도 -10~-20% 정도에서 낙폭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수적 포트폴리오는 더 극단 값이 줄어들어, +10~15% / -5~-10% 사이에서 수렴하는 양상이 자주 나타납니다. 이걸 다른 말로 표현하면, **혼합 포트폴리오는 “꼭대기”와 “바닥”을 깎는 대신, 중간의 ‘살만한 구간’을 넓혀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계좌가 연간 +40%를 찍는 짜릿함은 덜하지만, -40%를 겪는 공포도 줄어드는 셈입니다. 연금·은퇴자금처럼 장기이면서도 중간에 큰 폭의 손실을 피해야 하는 자금이라면, 이런 “극단 줄이기” 효과가 무엇보다 의미가 있습니다. 반대로 수익 변동을 감수하더라도 최대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고, 중간에 손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100% 주식이 더 어울릴 수도 있습니다.
3. 최대 낙폭(드로다운) 곡선: ‘잠 못 이루는 구간’의 길이와 깊이
투자에서 심리적으로 가장 힘든 순간은 **“얼마나 떨어졌느냐” 못지않게 “얼마나 오래 회복되지 않느냐”**입니다. 이를 숫자로 표현한 것이 최대 낙폭(드로다운)입니다. 기준점이 되는 최고점 대비 얼마나, 얼마나 오래 밑에서 머물렀는지를 보여주는 곡선이죠. 100% 주식 포트폴리오의 드로다운 그래프(예: 회색 채워진 영역)를 보면, 위기 때마다 -30~-50%까지 깊게 패이고, 그 상태가 1~2년 이상 지속되는 구간이 몇 번씩 등장합니다. 반면 60/40과 보수적 포트폴리오는 최대 낙폭 자체가 작은 데다, 회복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100% 주식이 -45%까지 떨어져 3년이 지나서야 고점을 회복했다면, 60/40은 -20%에서 1년 반 정도, 보수적 포트폴리오는 -10~15% 정도에서 1년 안에 회복되는 식입니다(구체적인 숫자는 구성과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패턴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드로다운 깊이·기간을 먼저 정한 다음 자산 배분을 거꾸로 맞춰야 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30% 이상의 낙폭이 오면 일·잠·생활이 모두 흔들릴 것 같다면, 100% 주식은 사실상 선택지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습니다. 반대로 -50%도 이론적으로 이해하고, 실제로도 행동에 옮기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채권·현금 비중은 최소화하고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4. 엑셀로 만들어 보는 나만의 ‘100% vs 60/40 vs 보수적’ 그래프
이 모든 이야기를 실제 데이터로 확인해 보고 싶다면, 엑셀이나 구글 시트를 열고 다음과 같은 순서로 그래프를 만들어 보세요. 1) 연도별 코스피(또는 주식형 펀드) 수익률, 국채 또는 채권형 지수 수익률, 예금·MMF 같은 현금 대체 수익률을 정리합니다. 2) 각 연도마다 가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합니다. 예를 들어 100% 주식, 60% 주식+40% 채권, 40% 주식+40% 채권+20% 현금으로 나누어, 매년 말 리밸런싱한다고 가정하고 복리 수익률을 계산합니다. 3) 누적 수익률 선 그래프, 연도별 수익률 막대그래프, 최대 낙폭 곡선을 각각 그립니다. 4) IMF,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최근 긴축장 등 주요 이벤트 시점에 세로선과 음영을 넣고, 각 구간에서 어떤 포트폴리오가 더 버텼는지, 누적 수익률 격차가 어떻게 벌어졌는지 체크합니다. 이 과정을 직접 해보면, “그때 그냥 100% 주식으로 버텼어야 했나?”, “60/40으로 갔으면 더 편했을까?” 같은 질문에 대해, 훨씬 구체적인 감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결론: 수익률이 아니라 ‘잠 잘 잘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먼저 정하자
주식·채권·현금 비중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정답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남들이 좋다고 하는 조합”이 아니라 “내가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조합”이 결국 최고의 답**이라는 점입니다. 그래프를 통해 살펴본 것처럼, 100% 주식은 장기 수익률이 가장 높을 수 있지만, 위기 때마다 깊고 긴 드로다운을 감수해야 합니다. 60/40 포트폴리오는 꼭대기를 조금 양보하는 대신, 바닥과 낙폭을 줄여 줍니다. 더 보수적인 혼합 포트폴리오는 수익률은 낮지만, 투자 여정을 훨씬 덜 스트레스 받는 곡선으로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실제로 해야 할 일은, “어떤 조합이 숫자로 가장 좋냐”를 따지기보다, **“나는 어느 정도의 낙폭과 기간까지 견딜 수 있는가”를 먼저 적어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20%까지는 괜찮지만, -30% 아래로 떨어지면 잠이 안 온다”고 한다면, 그 수준에 맞는 자산 배분을 역산해 볼 수 있습니다. 이때 100% 주식은 자연스럽게 제외되고, 60/40 혹은 그보다 조금 더 보수적인 조합이 후보가 됩니다. 반대로 젊고 소득이 안정적이며, 장기 투자 기간이 충분하다면,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주식에 두고, 채권·현금은 위기 때 리밸런싱에 쓸 여유 자금 정도로만 가져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자산 배분은 한 번 정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생 주기와 시장 환경에 따라 조금씩 조정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30대에는 80% 주식, 20% 채권·현금으로 시작했다가, 40대에는 70/30, 50대에는 60/40처럼 조금씩 수비 비중을 늘려 가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그래프 상에서 미리 시뮬레이션해 두면, 나중에 실제로 비중을 조정할 때도 “지금 너무 수비적으로 가는 건 아닐까?” “너무 공격적인 건 아닐까?”라는 불안을 줄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수익률 높은 포트폴리오보다,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더 좋다.” 장기 수익률은 그래프 위에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길을 끝까지 걸었을 때만 현실이 됩니다. 한 번쯤 100% 주식·60/40·보수적 혼합 포트폴리오의 그래프를 직접 그려 보시고, 그중 어떤 곡선이 가장 ‘내 마음이 편해 보이는지’를 천천히 바라보세요. 그 곡선을 따라가는 것이, 결국 당신에게 가장 잘 맞는 자산 배분일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