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처음 공부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기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입니다. 뉴스에는 “저평가”, “고평가”, “실적이 좋다” 같은 말이 넘치지만, 막상 내가 한 기업을 보고 판단하려고 하면 기준이 흐릿해지죠. 이때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숫자가 PER, PBR, ROE입니다. 세 지표는 기업의 가격(주가)과 이익, 자산, 수익성의 관계를 아주 압축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초보자에게는 일종의 ‘체온계’처럼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체온계도 상황을 모르고 숫자만 보면 오해할 수 있듯, PER·PBR·ROE 역시 단독으로 보면 함정이 많습니다. 이 글은 대학 과제나 발표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세 지표를 함께 묶어 보는 순서와 해석 프레임을 제공합니다. “PER이 낮으면 무조건 싸다” 같은 단순한 결론이 아니라, 왜 낮은지·낮아도 괜찮은지·낮을수록 위험한 경우는 무엇인지까지 현실적인 관점에서 정리합니다. 또한 업종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는 이유, 적자 기업·경기민감 업종에서 지표가 흔들리는 구조, 높은 ROE가 항상 좋은 신호가 아닌 이유(레버리지 효과)를 예시로 풀어 설명합니다. 글을 다 읽고 나면, 낯선 기업을 마주했을 때 ‘세 지표로 1차 스크리닝 → 추가 확인 포인트로 2차 검증’이라는 흐름을 만들 수 있고, 그 과정 자체가 과제의 논리 구조가 됩니다.

서론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많습니다. DCF처럼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해 계산하는 방법도 있고, 산업의 경쟁구조를 분석해 ‘지속 가능한 이익’을 추정하는 접근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보자나 과제 초반 단계에서는 복잡한 모델보다 “핵심을 빠르게 파악하는 도구”가 더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PER·PBR·ROE는 바로 그 역할을 합니다. 세 지표는 회계와 시장가격을 연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다리이고, 동시에 투자자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먼저 PER(주가수익비율)은 ‘이익 대비 주가가 몇 배인가’를 보여줍니다. 쉽게 말해,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을 기준으로 지금의 주가가 얼마나 비싼지 혹은 싼지를 가늠하는 숫자입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순자산(자본) 대비 주가가 몇 배인가’를 보여줍니다. 이익이 흔들리는 기업이라도 자산이 탄탄한지, 시장이 그 자산에 프리미엄을 주는지(혹은 할인을 때리는지)를 읽을 때 쓰입니다.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굴려 이익을 내는가’를 나타냅니다. 같은 자본을 가지고도 더 큰 이익을 만들어내는 기업은, 보통 경쟁우위나 운영 효율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세 지표만 알면 기업 평가가 끝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숫자 자체보다 ‘숫자가 만들어진 이유’가 더 중요합니다. 예컨대 PER이 낮은 기업은 정말로 싸서 기회일 수도 있지만, 이익이 일시적으로 부풀려졌거나(비경상 이익), 산업이 장기적으로 쇠퇴하는 중이어서 시장이 일부러 낮게 평가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PBR이 1보다 낮다고 해서 반드시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자산의 질이 나쁘거나(회수 어려운 자산), 앞으로 손실이 커져 자본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 PBR 할인은 ‘싸다’가 아니라 ‘위험하다’의 신호가 되기도 합니다. ROE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ROE가 높다는 건 좋아 보이지만, 빚을 많이 내서 자본을 얇게 만들면 ROE는 인위적으로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겉으로는 “효율적인 기업”처럼 보이지만, 위기 때는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PER·PBR·ROE를 ‘세트로’ 보고, 서로의 약점을 서로가 보완하게 만드는 해석 순서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 ROE로 기업의 수익성·체력을 먼저 보고, (2) 그 수익성에 대해 시장이 어느 정도의 가격을 붙였는지 PER로 확인하며, (3) 마지막으로 자본 대비 평가(PBR)로 안전마진과 시장 기대 수준을 점검하는 식입니다. 이 흐름만 잡아도, 과제에서 “왜 이 기업을 저평가(혹은 고평가)로 볼 수 있는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훨씬 쉬워집니다.
본론
PER·PBR·ROE를 함께 쓰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은 ‘질문을 순서대로 던지는 것’입니다. 숫자를 외우는 대신, 숫자가 답해주는 질문을 기억하면 헷갈릴 일이 줄어듭니다. 첫 번째 질문은 “이 기업은 자본을 얼마나 잘 굴려서 이익을 내는가?”입니다. 이때 ROE가 등장합니다. ROE는 단순히 높고 낮음만 보지 말고, 3년~5년 정도의 흐름을 보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ROE가 3년 내내 12%~15%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그 기업은 대체로 ‘수익성의 엔진’이 일정하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ROE가 20%였다가 다음 해 4%로 떨어지고 다시 18%로 튀는 기업은, 산업 자체가 경기 영향을 크게 받거나(사이클), 이익이 일회성 요인에 좌우될 수 있습니다. 초보자들이 자주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 “안정성”입니다. 단발성으로 높은 ROE는 화려하지만, 지속 가능성이 낮으면 투자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이 수익성에 대해 시장은 얼마의 가격을 붙였는가?”입니다. 이때 PER이 필요합니다. 흔히 PER이 낮으면 싸고 높으면 비싸다고 말하지만, 더 정확한 해석은 “성장 기대와 리스크가 가격에 얼마나 반영됐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ROE가 15%로 탄탄한데 PER이 6이라면, 시장은 그 이익이 앞으로 유지될지에 대해 의심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ROE가 15%이고 PER이 25라면, 시장은 그 기업의 성장과 경쟁우위가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하며 프리미엄을 주고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시장의 기대에 동의하느냐’입니다.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고 생각하면 높은 PER은 부담이 되고, 시장이 너무 비관적이라고 생각하면 낮은 PER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질문은 “자본(순자산) 대비로 보면 시장의 평가가 과한가, 보수적인가?”입니다. 이때 PBR이 도움이 됩니다. PBR은 자산이 중요한 업종에서 특히 의미가 큽니다. 예를 들어 금융업이나 자산 기반 사업은 자본의 크기와 질이 사업 안정성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PBR이 1보다 낮으면 ‘장부가치보다 싸게 거래된다’는 뜻이지만, 이것을 곧바로 “공짜 할인”으로 받아들이면 위험합니다. 자본이 줄어드는 국면(대손충당금 증가, 손실 확대)에서는 장부가치 자체가 내려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PBR은 ‘안전마진을 가늠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시장 불신의 강도’도 드러내는 지표입니다. 이제 세 지표를 조합해 보는 간단한 프레임을 소개하겠습니다. 과제에서 표로 정리하기도 좋습니다. 1. ROE 높고 PER 낮고 PBR 낮은 조합 겉으로 보면 “수익성은 좋은데 가격은 싸다”는 그림입니다. 투자자가 가장 혹하게 느끼는 조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체크포인트가 있습니다. 첫째, ROE가 ‘빚’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거나 이자 부담이 커지면, ROE는 높아도 위기 대응력이 약할 수 있습니다. 둘째, PER이 낮은 이유가 ‘이익의 일시적 급증’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회성 이익으로 순이익이 늘면 PER은 인위적으로 낮아집니다. 이런 경우 다음 해 이익이 정상화되면 PER이 갑자기 뛰어, “싼 줄 알았는데 비싼 종목”이 되는 역전이 생깁니다. 2. ROE 높고 PER 높고 PBR 높은 조합 전형적인 ‘프리미엄 기업’의 모습입니다. 시장이 경쟁우위, 성장성, 브랜드 파워 같은 무형가치를 가격에 반영한 결과입니다. 이 조합은 잘만 맞으면 큰 수익이 나지만, 위험도 분명합니다. 기대가 이미 높기 때문에, 실적이 좋아도 “기대만큼은 아니네”라는 실망이 나오면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기업을 평가할 때는 단순히 현재 ROE가 높은지보다, ROE를 유지하거나 더 끌어올릴 구조가 있는지(마진 개선, 시장 확대, 비용 구조)와 경쟁 구도의 변화를 함께 봐야 합니다. 3. ROE 낮고 PER 낮고 PBR 낮은 조합 이 조합은 ‘소외된 기업’ 혹은 ‘어려운 업종’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숫자만 보면 싸 보이지만, ROE가 낮다는 건 자본 효율이 떨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ROE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느냐”입니다. 구조조정, 사업 재편, 업황 반등, 비용 절감 같은 변화가 실제로 가능하다면 ‘턴어라운드’ 케이스가 됩니다. 반대로 변화의 실마리가 없다면, 낮은 지표는 오랫동안 낮은 채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4. ROE 낮지만 PER 높고 PBR 높은 조합 초보자에게 가장 헷갈리는 조합입니다. 보통은 “현재 이익은 약하지만, 미래에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게 반영된 경우입니다. 성장 초기 기업이나 투자를 크게 하는 기업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때는 현재 ROE가 낮은 이유가 ‘미래를 위한 투자’인지, 아니면 사업 모델의 한계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과제에서는 이 부분을 서술형으로 풀면 점수가 잘 나옵니다. 즉 “현재의 수익성 저하가 단기 투자 비용인지, 구조적 수익성 문제인지”를 따지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세 지표를 사용할 때 공통으로 기억해야 할 전제가 있습니다. 지표는 ‘업종 평균’과 함께 봐야 합니다. 같은 PER 12라도 안정적인 성숙 산업에서는 비싸 보일 수 있고, 고성장 산업에서는 오히려 보수적인 평가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교대상을 반드시 정해야 합니다. 같은 업종 내에서 비교하거나, 최소한 비즈니스 모델이 비슷한 기업끼리 비교해야 해석이 선명해집니다.
결론
PER·PBR·ROE는 투자자의 눈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기본 도구입니다. 하지만 이 도구는 ‘정답을 알려주는 계산기’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게 하는 나침반’에 가깝습니다. 숫자를 보고 즉시 결론을 내리는 순간, 나침반을 들고도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에서는 이 세 지표를 과제와 실전에서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ROE는 기업의 체력과 운영 효율을 보여줍니다. 높은 ROE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 ROE가 어디서 나오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부채가 ROE를 부풀리는 경우가 있으니, ‘수익성의 질’을 함께 점검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ROE가 꾸준히 유지되는지, 업황이 흔들릴 때도 버티는지, 단발성 이익으로 착시가 생긴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초보자 실수를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둘째, PER은 시장의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담은 가격표입니다. PER이 낮으면 시장이 비관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고, PER이 높으면 시장이 희망을 크게 보고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기대와 불안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검증하는 일입니다. PER이 낮을 때는 “이익이 지속 가능한가?”를, PER이 높을 때는 “성장이 실적으로 이어질 경로가 뚜렷한가?”를 질문하면 됩니다. 이 질문이 명확해지면, PER은 단순한 숫자에서 ‘시장과 나의 의견 차이’를 보여주는 도구로 바뀝니다. 셋째, PBR은 자본 대비 평가를 통해 안전마진과 시장의 신뢰 수준을 보여줍니다. PBR이 낮으면 안전해 보이지만, 자본이 줄어들 가능성(손실 확대, 자산 가치 하락)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반대로 PBR이 높으면 ‘자산 이상의 가치’를 시장이 인정한다는 뜻인데, 그 가치가 브랜드, 네트워크, 기술, 규제장벽 같은 무형자산에서 나오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PBR은 “이 기업의 자본은 얼마나 믿을 만한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됩니다. 이 세 지표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ROE는 ‘실력’, PER은 ‘가격표’, PBR은 ‘신뢰도’입니다. 실력이 좋은데 가격표가 낮고 신뢰도가 낮다면, 시장은 뭔가를 의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력이 좋은데 가격표와 신뢰도가 모두 높다면, 시장은 이미 그 기업을 ‘우등생’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력이 낮은데 가격표가 높다면, 그 기업은 “미래에 달라질 거야”라는 기대를 먹고 있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세 지표는 서로를 설명해 주면서, 단독 지표의 함정을 줄여 줍니다. 과제로 마무리할 때는 다음 구조가 깔끔합니다. (1) 세 지표의 정의와 의미를 간단히 소개하고, (2) 업종 평균과 비교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며, (3) 특정 기업을 선택해 최근 3~5년 ROE 추세를 정리한 뒤, (4) 현재 PER과 PBR이 그 기업의 실력 대비 어떤 기대를 반영하는지 해석하고, (5) 마지막에 “내가 시장의 기대에 동의하는가”를 결론으로 제시하면 됩니다. 이 결론은 정답을 맞히는 결론이 아니라, 논리를 완성하는 결론입니다. 투자도 과제도 결국 설득의 게임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아주 현실적인 한마디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PER·PBR·ROE는 ‘빠른 평가’를 가능하게 하지만, 그 빠름은 어디까지나 출발점입니다. 출발점을 제대로 잡으면, 다음 단계인 산업 분석, 경쟁우위 점검, 현금흐름 확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오늘 익힌 세 지표의 조합이, 앞으로 어떤 기업을 만나든 최소한의 기준선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준선이 생기는 순간, 투자 정보의 소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판단을 갖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