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코리아 밸류업’ 정책, 구조개선 로드맵인가 단기 지수 부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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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코리아 밸류업’ 정책, 구조개선 로드맵인가 단기 지수 부양인가?

by leeAnKR 2025.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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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대책은 늘 나왔는데, 왜 체감은 잘 안 바뀌었을까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는 하루이틀 이야기가 아닙니다. IMF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리고 최근까지도 “한국 증시는 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야 한다”는 말은 꾸준히 반복되어 왔습니다. 정부 역시 그때마다 여러 처방을 내놓았습니다. 공시 기준 강화, 지배구조 보고서, 스튜어드십 코드, 배당 관련 세제 조정, 최근의 ‘코리아 밸류업’ 논의까지 이어져 왔죠. 그런데 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체감은 이렇습니다. “대책은 늘 화려하게 발표되는데, 내 계좌는 왜 별로 달라지지 않지?”

코리아 밸류업 같은 정책은 구조적으로 보면 꽤 그럴듯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본 효율성이 낮고, 현금을 쌓아두기만 하는 기업들에 자본 배분 계획을 요구하고, 배당·자사주·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해 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입니다. 일본이 ‘Japan Discount’를 줄이기 위해 지배구조 코드·스튜어드십 코드·PBR 1배 압박 같은 개혁을 묶어서 진행한 흐름을 참고한 흔적도 보입니다. 그 방향만 놓고 보면 “할 말은 다 맞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장은 구호보다 행동에 민감합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묻게 됩니다. “이게 이번에도 잠깐 지수만 올리고 마는 이벤트일까, 아니면 진짜로 기업 행동을 바꾸는 장기 프로그램의 시작일까?” 정부 정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또 어디서 한계가 드러날 수 있는지 냉정하게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서론에서는 그래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려고 합니다. “정부의 코리아 밸류업·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은 지금까지 무엇을 시도해 왔고, 우리는 그것을 ‘어디까지 믿고’ 투자 전략에 반영해야 할까?”

이제 본론에서는 정부·정책 당국의 시도들을 크게 세 가지 축에서 살펴보겠습니다. ① 무엇을 바꾸려고 했는지(의도와 설계), ② 실제로 어떤 점이 긍정적이었는지, ③ 구조적으로 어떤 한계·부작용이 있는지. 그리고 마지막에는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이런 정책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정책에 기대는 투자”와 “정책을 활용하는 투자”의 차이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본론: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부족한가

1) 정부가 노리는 것: ‘자본 효율성 + 주주환원 + 신뢰 회복’
정부와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이야기할 때 반복해서 나오는 키워드는 세 가지입니다. 자본 효율성, 주주환원, 시장 신뢰.

첫째, 자본 효율성입니다. 한국 기업들, 특히 대기업·현금성 자산이 많은 회사들은 이익을 쌓아놓고도 이를 배당·투자·M&A 등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낮고, PBR이 0.5~0.7배에 머무는 기업들이 수두룩합니다. 정부는 기업들이 “재무적으로 안전하다”는 명분으로 과도한 현금을 쌓아두는 대신, 비핵심 자산 매각, 비효율 사업 정리, 미래 성장·주주환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자본을 써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둘째, 주주환원입니다. 낮은 배당성향과 미흡한 자사주 소각 정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코리아 밸류업류 정책은 ▲중장기 배당성향 목표 공시, ▲자사주 매입·소각 장려, ▲배당·환원정책에 대한 정보 공개 확대 등을 유도해 “이익이 나면 주주와 나누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를 갖습니다.

셋째, 시장 신뢰 회복입니다. 지배구조·소액주주 보호·정책 일관성에 대한 신뢰가 낮으면, 아무리 좋은 기업이 있어도 시장 전체는 낮은 멀티플을 적용받게 됩니다. 정부는 지배구조 보고서, 전자투표, 스튜어드십 코드, 불공정거래·내부자 거래 단속 강화를 통해 한국 시장의 “평균 신뢰도”를 끌어올리려 해 왔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은 결국 “투자자에게 이 시장이 예전보다 더 예측 가능하고 공정해졌다”고 설득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2)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지점들
비판과 별개로, 정부 정책이 만든 긍정적인 변화도 분명 존재합니다.

‘주주환원’이 대기업 경영진의 KPI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
예전에는 실적·시장점유율·투자계획이 경영진의 주요 평가 지표였지만, 최근에는 배당성향, 자사주 매입·소각, 전체 주주환원 규모가 이사회·주주총회에서 중요한 화두로 다뤄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대형 상장사는 “중장기 배당성향 목표”를 명시하고, 자사주 소각을 정례화하면서 시장의 평가를 조금씩 바꿔 가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주주환원이 한국 기업의 언어로 들어오긴 어려웠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배구조·IR에 대한 요구 수준이 올라감
지배구조 보고서, 사외이사 요건, 이사회 내 위원회 구성, IR(Investor Relations) 강화 등은 단기간에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진 않지만, “기업이 투자자를 대하는 태도”를 서서히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해외 자본을 대상으로 한 영문 IR 자료, 컨퍼런스콜, 중장기 전략 설명회 등이 늘어난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그래도 설명 가능한 시장”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담론 자체가 공론장에 올라옴
정부·언론·학계·시장 참여자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이를 의제화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한국은 원래 싸지 뭐” 정도의 체념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왜 싸고, 어떤 행동을 바꿔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흐름이 생겼습니다. 이 담론은 당장 주가를 올리진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제도·기업 행동·투자 문화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3) 한계와 위험: ‘지수 부양용 이벤트’로 소비될 위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갖는 구조적 한계와 위험도 분명합니다.

정책이 정권·선거 일정에 따라 ‘스위치’처럼 켜졌다 꺼질 위험
코리아 밸류업 같은 정책이 특정 시기, 특히 증시 부진·선거 국면에 맞춰 강하게 등장하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이번에도 지수 부양용 이벤트 아니야?”라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정책의 설계가 아무리 좋아도, 정치 일정에 맞춰 타이밍이 잡혀버리면, 시장은 이를 장기 프로그램이 아니라 단기 처방으로 인식하려 듭니다. 이렇게 되면 기업도 “이번 분위기 지나면 또 흐지부지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실질적인 행동 변화에 소극적일 수 있습니다.

관치 논란과 “과도한 개입” 우려
자본 효율성·주주환원 개선을 유도하는 수준을 넘어, 정부가 특정 방식의 자본 배분을 강하게 요구하는 모습이 보이면 “지배구조에까지 관이 개입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특히 어느 기업·섹터에 인센티브를 줄지, 어떤 지표로 ‘우수 기업’을 선정할지, 이 과정에서 정치적·관료적 판단이 작동한다면, 오히려 시장 왜곡이 커질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기업들이 장기 투자 대신 단기 지표를 맞추기 위한 “숫자 관리”에 치중하는 ‘밸류업 쇼’만 양산될 위험도 있습니다.

대형주·지수 위주로 효과가 집중될 가능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은 대개 상장사의 평균적 행태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실제 인센티브·규제·지수 편입 효과는 대형주·코스피 중심으로 모이기 쉽습니다. 그러면 지수·대형주는 단기적으로 리레이팅을 경험하지만, 중소형주·코스닥 기업은 큰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고, 오히려 “정책 수혜에서 소외된 할인 잔존 구간”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책 효과가 내 포트폴리오까지 도달할 것인지”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4) 정책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려면 필요한 것들
그렇다면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단기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일관성 있는 룰 + 느리지만 확실한 집행”
시장과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말이 자주 바뀌는 정책”입니다. 배당·세제·지배구조·공시·연금·공매도 등 핵심 영역에서 큰 방향을 정했으면, 정권이 바뀌어도 쉽게 뒤집히지 않을 정도의 합의와 법·제도 설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금 요구하는 기준을 1년 안에 다 지키라고 다그치는 대신, 5~10년을 보고 단계적으로 상향하면서,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실제로 불이익(지수 편입 제외, 공공조달·세제 인센티브 미부여 등)이 주어져야 합니다.

“좋은 행동에는 확실한 인센티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려면, 지배구조·주주환원·자본 효율성을 개선했을 때 얻는 이익이 명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정 수준 이상의 배당성향·자사주 소각·PBR 개선을 달성한 기업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 공적 자금·연금의 우선 투자, 주요 인덱스 편입 가점, 규제 완화 등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안 지키면 벌주겠다”는 메시지만으로는 자발적 동기부여가 힘듭니다.

연금·기관투자자의 실질적인 행동 변화
국민연금·퇴직연금·보험·공제회 등 장기 자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은 껍데기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연금이 “우리는 이런 기준에 맞는 기업에 장기 투자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주총에서 배당·지배구조·경영진 선임 등에 대해 실제로 찬반을 표시하며, 그 결과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문화가 쌓여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도 “이제는 장기 자금 앞에서 예전처럼 행동하기 어렵다”고 느끼게 됩니다.


5) 개인 투자자가 취할 태도: ‘정책에 올인’이 아니라 ‘구조 위에 옵션으로 활용’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부 정책을 과대평가하지도, 완전히 무시하지도 않는 균형 감각입니다.

“코리아 밸류업 나온다니까, 이제 한국 시장 대세 상승 온다” 식으로 정책에 올인하는 태도는 위험합니다. 정책은 구조를 조금 유리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뿐, 개별 기업의 경쟁력·자본 효율성·지배구조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반대로 “어차피 다 쇼야, 아무 의미 없다” 식의 냉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정책 때문에 실제로 배당을 올리고, 자사주를 소각하고, 지배구조를 손보는 기업들이 분명히 생기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인 태도는 이쯤일 것입니다. “나는 어차피 지배구조·배당·자본 효율성 좋은 기업·ETF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짠다. 정부 정책은 그런 종목들의 리레이팅을 도와주는 ‘추가 옵션’ 정도로 활용하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정책이 기대만큼 파워풀하게 작동하지 않더라도 계좌의 기본 논리는 유지됩니다. 반대로, 정책이 예상보다 잘 작동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줄어든다면, 그 과실은 “정책에 베팅한 사람”이 아니라, “이미 구조적으로 괜찮은 기업을 들고 있던 사람”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더 큽니다.

결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주인공은 ‘정책’이 아니라 ‘행동’이다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코리아 밸류업 정책은 분명 필요합니다. 지배구조·주주환원·자본 효율성·정책 예측 가능성은 시장 혼자서 자동으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규칙을 설계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불공정을 단속하는 공적 역할은 필수입니다. 그 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문제로 인식하고, 정책 의제로 끌어올린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진짜로 줄여나갈 주체는 결국 기업·연금·기관·개인투자자의 행동입니다. 기업이 이익을 쌓아두기만 하지 않고, 주주와 나누고 미래를 위해 재배분하는 결정을 내릴 때, 연금이 말뿐인 스튜어드십이 아니라 실제 의결권 행사와 투자 기준으로 압박할 때, 개인투자자가 단기 테마·레버리지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배구조·배당·IR을 보고 기업을 고를 때, 그 때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서서히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정부 정책은 이 행동들이 더 쉽게, 더 많이 나오도록 돕는 환경 장치일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정책은 판을 깔아줄 뿐, 판 위에서 어떻게 움직일지는 결국 시장의 몫이다. 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을 믿고 투자하기보다, 지배구조·배당·자본 효율성이 좋은 기업·ETF를 기본으로 가져가고, 정책은 그 기업들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바람’ 정도로만 기대하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정부 발표에 따라 계좌를 크게 흔들 필요도 줄어듭니다. 정책이 나와서 시장이 단기 급등하면 “아, 내가 원래 믿고 들고 있던 구조에 바람이 좀 더 불어주는구나”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고, 정책이 기대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해도 “그래도 내 포트폴리오는 원래 기업의 본질과 현금흐름을 보고 짜 놓은 것”이라는 안정감이 생깁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분명 한국 자본시장의 오래된 숙제입니다. 정부의 코리아 밸류업 정책은 이 숙제를 풀기 위한 하나의 시도일 뿐, 정답 그 자체는 아닙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이번 대책이 또 얼마나 갈까”를 예측하는 일이 아니라, “어떤 기업과 자산이 구조적으로 디스카운트를 줄여 나갈 행동을 실제로 하고 있는지”를 골라내는 눈을 기르는 것입니다. 그 눈을 가지고 있다면, 정책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보너스가 되고, 없더라도 계좌의 방향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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