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지수 ETF를 고를 때 대부분은 “수익률이 더 좋은가?”부터 묻지만, 장기 성과를 가르는 진짜 기준은 범위·가중방식·섹터 편중·통화노출·비용·유동성이다.
이 글은 네 가지 대표 인덱스—S&P500(미국 대형주), ACWI/(전세계 주식), 나스닥100(미국 대형 성장주)—를 한 프레임에 올려 비교하고, 누가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우선 담아야 하는지 ‘행동 규칙’으로 정리한다. 미국 중심의 혁신 프리미엄을 취할 것인지, 국가/통화 분산을 넓힐 것인지, 성장베타를 강화할지, 혹은 코어/위성으로 절충할지까지, 각 선택의 장단과 리스크를 구체적 사례로 풀어낸다. 또한 총보수·추적오차·스프레드·과세·환헤지까지 실무 체크포인트를 체크리스트로 제공해, 같은 지수라도 ‘더 효율적인 티커’를 찾도록 돕는다.
마지막으로 분기 리밸런싱과 ±5% 밴드 규칙, 현금 유입 우선 보정, 위성 상한 관리 등 유지보수 루틴을 제시해 “사고 나서 오래 가져가는 힘”을 완성한다. 인덱스 투자는 예측이 아니라 설계다. 지수의 성격을 이해하고, 내 목적에 맞게 문장으로 고정하면, 뉴스는 배경음이 되고 복리는 일한다.

서론: 네 가지 인덱스를 한 장에—범위·편중·통화·비용으로 정리하는 선택의 지도
먼저 범위를 보자. S&P500은 미국 대형주로 세계에서 가장 두터운 유동성과 견고한 지배구조, 높은 이익률을 자랑한다. 하지만 “미국 단일국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반면 ACWI/는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주식을 한 바구니에 담아 국가·통화 분산을 제공한다. 단, 미국 비중이 절반 이상이라 결국 ‘미국 중심의 글로벌’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나스닥100은 이름 그대로 ‘성장 엔진’에 베팅하는 지수다. 소프트웨어·플랫폼·반도체 등 구조적 성장 섹터에 집중되어 장기 혁신 프리미엄을 겨냥하지만, 금리상승기나 밸류에이션 조정기에 변동성이 커진다.
두 번째는 가중방식과 섹터 편중이다. 시가총액 가중 지수는 성공한 기업에 더 큰 비중을 부여해 장기적으로 질 높은 기업을 자동으로 더 사는 장점이 있으나, 특정 섹터가 과열될 땐 편중 리스크가 커진다. 실제로 나스닥100은 IT·커뮤니케이션·소비재 성장에 집중되어 경기민감 이벤트에 흔들릴 수 있다.
세 번째는 통화노출이다. 원화 투자자의 해외 인덱스 수익률은 ‘지수×환율’의 곱이다. 원화 강세기에는 비헤지 상품이 역풍을 맞고, 약세기에는 순풍을 탄다.
따라서 생활통화·목적자금·보유기간에 따라 비헤지/부분헤지/완전헤지를 문서화하는 게 중요하다. 네 번째는 비용과 유동성이다. 총보수(TER) 0.1%p 차이는 10~20년 뒤 큰 격차로 돌아온다.
같은 지수라도 운용사·상장국가에 따라 총보수·추적오차·스프레드·세제(분배금 과세·양도세)가 다르니, “지수→티커” 순서로 고르고 체크리스트로 검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지보수 규칙이다. 분기 점검과 ±5% 밴드는 거래를 최소화하면서도 비중을 다시 맞춰 ‘싸게 사고 비싸게 파는’ 효과를 만들어 준다.
이러한 프레임을 머릿속에 켜두면, “요즘 뭐가 좋아 보이니?” 대신 “내 코어/위성 문장을 지켰나?”를 묻게 된다. 결국 인덱스 선택은 ‘좋은 지수’ 찾기가 아니라 ‘내게 맞는 지수’를 고르는 일이며, 고르고 나서는 꾸준히 들고 가는 일이 성과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본론: S&P500·ACWI/올월드·나스닥100—누가, 언제, 무엇을, 얼마나?
1) 코어 후보—S&P500 vs ACWI/올월드
직장인·자영업자 등 생활통화가 원화이고, 장기 자산증식을 목표로 할 때 코어는 보통 두 길로 나뉜다. (A) S&P500 코어: 미국의 이익률·ROE·혁신 생태계를 저비용으로 통째로 가져간다. 간단하고 강력하지만, 국가 분산은 제한적이다. (B) ACWI/올월드 코어: 미국 비중을 유지하면서도 유럽·일본·신흥국을 소량이라도 담아 통화·국가 분산을 확장한다. 다만 총보수와 추적오차가 S&P500 대비 약간 높을 수 있다. 선택의 문장은 이렇게 쓰자. “나는 단순성과 효율을 최우선→S&P500 코어 60~80%” 혹은 “나는 통화·국가 분산을 약간 더→ACWI/올월드 코어 60~80%.”
2) 위성 후보—나스닥100, 팩터·섹터 위성
위성(20~40%)은 성격이 분명해야 한다. 나스닥100은 성장베타를 강화하는 도구로 적합하지만, 단일 위성 10~12% 상한을 두어 변동성 과열을 막는다. 대안으로 가치·퀄리티·저변동성 같은 팩터 ETF, 반도체/헬스케어 등 구조성 섹터 ETF를 얹는 방법이 있다. 원자재·금·리츠를 얇게 섞어 인플레 레짐 방어력을 키우는 것도 유효하다. 핵심은 “왜 이 위성을 담는가?” 한 문장으로 설명 가능해야 한다는 점. 설명이 길어지면 이해도와 지속성이 떨어진다.
3) 환헤지—주식은 낮게, 채권은 높게
장기 주식 코어는 비헤지 또는 부분헤지(0~50%)로 통화분산의 장점을 살리고, 채권은 완전/부분헤지(60~100%)로 원화 기준 변동성을 낮춘다. 헤지 비율은 분기 점검+±5% 밴드로만 조정한다. 이벤트 주간(FOMC·CPI) 신규 베팅은 자제한다.
4) 비용·실무 체크리스트(복붙)
① 지수 범위(S&P500/ACWI/올월드/나스닥100) ② 총보수(TER) △% 이하 ③ 추적오차·괴리율 낮음 ④ 평균 거래대금 충분 ⑤ 분배 정책(재투자/현금) ⑥ 세제(분배금 과세·양도세) ⑦ 환헤지 여부 ⑧ 운용사 신뢰도 ⑨ 대체 티커 비교(같은 지수 내 더 싼/더 유동적인 상품 존재 여부).
5) 리밸런싱—분기+±5% 밴드
3·6·9·12월 둘째 주 금요일에 포트폴리오 전체를 점검해 목표비중 대비 편차를 확인한다. 현금 유입(월 저축·분배금)으로 먼저 보정하고, 그래도 밴드를 벗어난 자산만 최소한도로 매매한다. 단일 위성 상한(10~12%)과 단일 자산 상한(40%) 가드레일을 문서화하면 과열기에 안전벨트 역할을 한다.
6) 케이스 스터디—세 가지 인생주기
① 사회초년·장기 성장형: 코어 S&P500 70%, 위성 나스닥100 10%, 팩터(퀄리티) 10%, 리츠/원자재 10%. ② 가계 현금흐름 변동 큰 자영업: 코어 ACWI 60%, S&P500 10%, 리츠·원자재 10%, 현금·단기채 20%. ③ 은퇴 5년 전 안정형: 코어 S&P500 50%, ACWI 10%, 배당주/저변동성 10%, 중기채 20%, 현금 10%. 각 케이스 모두 분기 리밸런싱과 밴드 규칙을 동일하게 적용한다.
결론: “내 코어는 ○○, 위성은 △△, 분기+밴드로 유지”—세 줄 선언이 평정심을 만든다
인덱스 선택의 기술은 화려한 종목 발굴이 아니라 “나와 잘 맞는 상자”를 고르는 일이다. 상자를 고른 뒤에는 상자 안을 자주 들쑤시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세 줄을 고정하자. ① 코어 선언: “나는 (S&P500/ACWI/올월드) 중 하나로 코어 60~80%를 유지한다.” ② 위성 선언: “나스닥100·팩터·섹터·리츠·원자재 중 2개 이하를 선택, 단일 위성 10~12% 상한.” ③ 유지 선언: “3·6·9·12월 둘째 주 금요일 점검, 목표비중 대비 ±5% 밴드 이탈 시에만 조정—현금 유입 우선 보정.” 이 세 줄이 정리되면, 유튜브 헤드라인과 단기 지표의 소음은 멀어지고 계좌는 규칙적으로 자란다.
인덱스 투자는 결국 시간과 규칙의 싸움이다. 오늘 코어/위성 문장을 노트 상단에 적고, 캘린더에 리밸런싱 알림을 박아 두자. 설계가 있으면 운이 붙고, 운이 붙으면 복리는 더 빨리 자란다. 그리고 몇 년 뒤 깨닫게 된다. ‘내가 뭘 샀는지’보다 ‘어떻게 꾸준히 들고 있었는지’가 훨씬 중요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