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내실을 한 줄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투자 현장에서는 ROE, ROA, ROIC라는 세 개의 나침반을 동시에 봅니다. ROE는 주주가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나 이익을 만들어내는지를, ROA는 회사가 보유한 ‘전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굴리는지를, ROIC는 영업에 실제로 묶인 ‘투하자본’이 세후 기준으로 얼마의 수익을 내는지 말해 줍니다. 셋은 비슷해 보이지만 초점이 다릅니다.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ROE는 쉽게 들썩이고, 자산이 커지면 ROA는 둔해지며, ROIC는 영업외 요소를 걷어내 순수한 사업 체력과 자본 효율을 비춥니다. 이 글은 세 지표의 정의·공식·장단점을 현장 언어로 정리해 업종·상황에 맞는 올바른 해석법을 제시합니다.
또한 5분 계산 루틴, 듀퐁(Decomposition) 분해, ROIC–WACC 스프레드 체크, 자사주·현금성자산·리스부채 등 회계 항목으로 인한 착시까지 꼼꼼히 짚습니다. 글을 다 읽으면 “ROE 15%니까 좋은 회사”가 아니라 “ROIC가 WACC보다 4%p 높고, 그 원천은 마진 개선과 회전율 상승이며, 레버리지 기여는 제한적” 같은 문장으로 기업을 설명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서론: 왜 ROE·ROA·ROIC인가—같은 이익이라도 ‘무엇을 투입했는가’에 따라 질이 달라진다
투자는 ‘얼마 벌었나’보다 ‘무엇을 투입해 벌었나’를 묻는 일입니다.
같은 1,000억 순이익이라도 어떤 회사는 적은 자본으로 빠르게 돌려 벌어들이고, 어떤 회사는 막대한 자산과 부채를 동원해 겨우 짜냅니다.
ROE(순이익/자기자본)는 주주의 시선, ROA(순이익/총자산)는 경영 효율의 시선, ROIC(NOPAT/투하자본)는 사업 자체의 시선을 제공합니다.
특히 ROIC는 영업외 손익·현금성 자산을 제외하고 ‘영업에 정말 묶인 자본’만 분모로 잡기 때문에 기업의 경쟁우위·가격결정력·운전자본 관리 능력을 더 정밀하게 반영합니다. 반대로 ROE는 자사주 소각·부채 확대·일회성 이익에 민감합니다.
ROA는 자산이 큰 산업(은행, 통신, 유틸리티)에서 상호 비교가 유용하지만, 자산가벼운 플랫폼 기업에는 과도하게 낮아 보일 수 있습니다.
결국 세 지표는 서로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보완재입니다.
한 발 더 나가면 ROE=이익률×자산회전율×재무레버리지(듀퐁 분해)로 쪼개져 ‘어디서 ROE가 만들어졌는가’를 추적할 수 있고, ROIC와 자본비용(WACC)의 차이(ROIC–WACC)가 양(+)이면 장기적으로 가치가 증가하고 음(–)이면 가치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투자자가 현장에서 실수하는 지점은 대체로 여기서 나옵니다.
높은 ROE를 보고 “좋다”고 결론내리거나, 낮은 ROA만 보고 “비효율”이라 단정하는 것—배경 없이 지표 하나만 본 판단은 자주 빗나갑니다. 업종, 경기 단계(사이클 피크/트로프), 회계정책, 자사주/배당 정책, 리스 처리 방식 등 문맥을 함께 봐야 합니다. 이 글은 이 문맥을 단순한 체크리스트로 바꿔 ‘오늘 공시’에 바로 얹을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본론: 정의·공식·해석·함정—5분 루틴과 듀퐁/ROIC-스프레드로 완성하는 체력 점검
1) ROE (Return on Equity) = 순이익 ÷ 자기자본. 주주의 돈이 만든 수익성. 장점: 간결하고 배당·자사주 정책과 연결 쉬움. 함정: 레버리지·자사주 소각으로 분모(자기자본)를 줄이면 ‘착시 상승’. 일회성 이익(자산매각, 환율 효과) 반영. 체크: 5년 평균·표준편차, 유상증자/자사주 추이, 듀퐁 분해(순이익률×자산회전율×레버리지).
2) ROA (Return on Assets) = 순이익 ÷ 총자산. 자산 전체의 효율. 장점: 레버리지 영향이 작아 본업 효율 파악. 함정: 자산이 큰 업종이 구조적으로 낮아 업종간 단순 비교 금물. 체크: 유형자산/무형자산 비중, 리스 회계(사용권자산) 반영 여부, 자산회전율(매출/자산).
3) ROIC (Return on Invested Capital) = NOPAT ÷ 투자자본. 여기서 NOPAT=영업이익×(1−현금세율), 투자자본=운전자본(재고+매출채권−매입채무)+순유형자산−비영업자산(잉여현금 등). 장점: 영업의 질과 자본 효율을 순수하게 측정, M&A/설비투자 성과 평가에 유용. 함정: 분모 산정이 까다로워 근사치 사용 시 일관성이 중요. 체크: ROIC–WACC 스프레드(>0이면 경제적 이익 창출), 투하자본 회전일수(재고·채권·채무 일수).
4) 5분 계산 루틴: (i) 재무제표에서 영업이익과 유효세율로 NOPAT 근사. (ii) 투자자본을 간단식으로 계산: 투자자본 ≈ 총자산 − 비이자부채(매입채무·충당부채 등) − 과다현금. (iii) ROIC 산출 후 최근 3년 평균 WACC(대략: 무위험수익률+시장위험프리미엄×베타, 부채비용은 세후 적용)를 추정해 스프레드 확인. (iv) ROE를 듀퐁으로 나눠 이익률·회전율·레버리지 중 무엇이 기여했는지 표로 기록. (v) ROA 추이와 함께 ‘효율 개선’이 실제로 일어나는지(회전율↑, 재고일수↓) 체크.
5) 예시(간단): 한 소비재 기업—영업이익 2,000억, 세율 25% → NOPAT 1,500억. 총자산 3조, 비이자부채 1.2조, 과다현금 0.3조 → 투자자본 ≈ 1.5조. **ROIC ≈ 10%**. 동사 WACC 추정 7% → 스프레드 +3%p(가치창출). 당기 순이익 1,200억, 자기자본 8,000억 → **ROE 15%**. 매출 4조, 총자산 3조 → 자산회전율 1.33배, ROA 4%. 듀퐁: ROE(15%)=순이익률(3%)*자산회전율(1.33)*레버리지(자산/자본=3조/0.8조=3.75) ≈ 15% 근사. 해석: 레버리지 기여가 크므로 차입 증가 시 ROE가 더 뛸 수 있으나, 본질적 경쟁력은 ROIC–WACC(+3%)로 확인. 향후 체크 포인트는 마진 확장(브랜드·단가)과 운전자본 효율(재고일수) 개선.
6) 업종별 포커스: 제조·소비재—ROIC 우선, ROE·ROA 보조. 금융—ROE·PBR 중심(규제자본, 대손/손해율). 플랫폼/소프트웨어—총자산이 가벼워 ROA 해석 주의, ROIC는 LTV/CAC, 반복매출 구조와 함께 정성평가 병행. 사이클 업종—ROE가 피크에서 과대, 트로프에서 과소. 5년 평균과 스루사이클 ROIC로 보정.
7) 착시와 레드플래그: 자사주 소각으로 ROE 급등(분모 축소), 대규모 차입으로 레버리지 확대, 일회성 처분이익, 리스 회계 도입으로 총자산 급증, 현금성자산 과다로 ROIC 왜곡. 해법은 일관된 정의로 시간을 통일해 비교하는 것, 그리고 ‘스프레드(ROIC–WACC)’를 항상 같이 적는 것입니다.
결론: 세 개의 계기판을 한 화면에—트렌드·스프레드·원천까지 기록하는 습관이 실력을 만든다
ROE·ROA·ROIC은 경쟁력이 ‘현재’ 얼마나 발휘되고 있고 ‘앞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를 수치로 말해 줍니다. 실전에서 가장 강력한 루틴은 단순합니다.
첫째, 트렌드를 본다—3·5·10년 평균과 변동성, 사이클 상 위치.
둘째, 스프레드를 본다—ROIC–WACC가 꾸준히 (+)를 유지하는가.
셋째, 원천을 기록한다—듀퐁 분해로 ROE의 출처(마진/회전/레버리지)를 추적하고, 운전자본 회전일수로 현장의 체질 개선을 확인한다.
넷째, 정책을 본다—자사주·배당·CAPEX·M&A가 ROIC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다섯째, 문맥을 잊지 않는다—업종 구조, 회계 기준, 금리·환율, 규제 리스크.
마지막으로 체크리스트를 한 줄로 고정하세요.
“①ROIC–WACC>0, ②ROE의 원천은 마진·회전 중심, ③ROA 추세↑, ④운전자본 일수 개선, ⑤일회성 이익/레버리지 착시 없음.” 이 다섯 줄이면 ‘좋은 회사’의 윤곽이 놀랄 만큼 또렷해집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맥락 없이 읽으면 우리를 속일 뿐입니다. 세 개의 계기판을 같은 화면에 놓고, 분기마다 같은 루틴으로 기록하세요. 그러면 기업의 체력이 눈앞에서 ‘이야기’가 됩니다. 그 이야기를 오래 들을수록, 당신의 포트폴리오는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