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에서 늘 뒤늦게 소식을 듣고, 이미 정해진 결론을 공시로 확인만 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소액주주입니다. 기업의 이익은 잘 나는데, 그 결과가 배당·자사주 매입·주가로 연결되지 않거나, 오히려 대주주·경영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때, 소액주주는 “알고도 못 막는 사람들”이 되기 쉽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중요한 축이 지배구조·대주주 사익추구라면, 그 반대편에는 반드시 “소액주주 보호”와 “책임 있는 주주권 행사”가 있어야 균형이 맞습니다. 이 글에서는 소액주주 보호 제도와 스튜어드십 코드가 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는 핵심 열쇠인지, 지금까지 무엇이 부족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강화돼야 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기업이 착해져야 한다”는 막연한 이야기 대신, 제도와 행동 레벨에서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에 초점을 맞춰 보려 합니다.

서론: 소액주주가 ‘목소리 없는 동업자’로 남을 때 생기는 디스카운트
주식을 산다는 것은 회사의 동업자가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소액주주는 동업자라기보다 “의결권은 있지만 행사하지 않고, 이익은 나눠 받되 의사결정에는 끼지 못하는 수동적인 자금 제공자”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사회·경영진·대주주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동안, 소액주주의 역할은 사실상 “뒤늦게 공시를 읽고, 마음에 들면 보유·매수, 마음에 안 들면 매도” 정도에 머무릅니다.
문제는 이 구조가 반복될수록 시장이 학습한다는 점입니다. “한국 기업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소액주주를 진지한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 “언제든지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구조조정·합병·유상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이 쌓이면,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더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합니다. 그 결과가 바로 낮은 PER·PBR,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입니다. 다시 말해, 소액주주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구조 자체가 디스카운트의 원인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소액주주 보호 제도와 스튜어드십 코드입니다. 소액주주 보호 제도는 “한 명 한 명은 작지만, 모이면 무시할 수 없는 목소리”를 내도록 돕는 장치입니다. 집중투표제, 전자투표, 주주제안권, 집단소송, 이사·감사 선임시 소수주주권 등은 모두 이 범주에 들어갑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고객의 돈을 맡은 집사(steward)”로서 기업의 지배구조·주주환원·장기 전략에 대해 책임 있게 질문하고, 필요할 때는 반대표도 던지도록 유도하는 원칙입니다. 쉽게 말해 “큰손들도 그냥 가만히 있지 말고, 동업자답게 행동하라”는 약속인 셈입니다.
하지만 제도와 코드가 “있다”는 것과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도 전자투표·집중투표제·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었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는 곧 제도 자체보다 “실제 활용도와 실행력”에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서류상으로는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있지만, 현실에서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가 그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큰 압박을 느끼지 못합니다. “어차피 주총은 대주주 마음대로 될 것”이라는 인식이 유지되는 한, 디스카운트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서론에서 확인하고 싶은 핵심은 단순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기업만의 잘못”도, “정부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가 동업자로서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하지 못하거나, 그럴 만한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따라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려면, 소액주주 보호 제도와 스튜어드십 코드가 종이에 적힌 원칙에서 벗어나 실제 행동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도록 만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 구체적인 방향을 이제 본론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본론: 소액주주 보호·스튜어드십 코드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필요한 것들
1) “알 권리”에서 “참여할 수 있는 권리”까지 – 절차의 장벽을 낮추기
소액주주 보호의 첫 단계는 정보입니다. 회사가 어떤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지, 이사회 안건과 주주총회 안건이 무엇인지, 합병·분할·유상증자 등의 조건이 어떠한지 충분히 알아야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공시제도는 꾸준히 개선되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공개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보를 알게 된 다음에,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기까지의 장벽”입니다.
예를 들어,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면 평일 오전에 시간을 내고, 장소까지 직접 가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물리적으로 참석하기 어렵고, 결국 의결권은 사용되지 않은 채 방치되기 쉽습니다. 이 장벽을 낮추기 위해 전자투표·온라인 주총이 도입되었지만, 아직 모든 기업이 적극 도입한 것은 아니고, 실제 참여율도 높지는 않습니다. 정말로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하고 싶다면, ▲모든 상장사의 전자투표 의무화, ▲온라인 질의·토론 기능 확대, ▲주총 안건을 미리 쉽게 정리한 “주주 안내서” 제공 등,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하나씩 걷어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2) 집중투표·소수주주권을 ‘있으나 마나’에서 ‘실제 선택지’로
이사 선임·해임,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해 소수주주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가 집중투표제·소수주주권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제도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절차가 복잡하고, 어느 정도 지분을 모아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소액주주 개인이 실행하기 어렵다는 점, 다른 하나는 “해봐야 대주주 표에 밀려 소용없다”는 체념입니다.
이 문제를 완화하려면, 제도를 설계할 때부터 ‘현실적인 허들’을 낮추는 방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집중투표제 의무 적용 범위를 넓히고, ▲소수주주권 행사에 필요한 지분 비율을 완화하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위임·연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한 방법입니다. 여러 개인투자자의 지분을 모아 하나의 ‘의결권 블록’으로 행사할 수 있다면, 소액주주도 이사 선임·해임, 배당정책,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해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축적될수록, 기업은 더 이상 소액주주를 무시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곧 코리아 디스카운트 축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스튜어드십 코드, 선언에서 ‘실제 반대표’까지 가야 힘이 생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는 고객의 자산을 맡은 집사로서, 기업에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한국에서도 국민연금을 비롯해 많은 기관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아직 제한적입니다. 대형 사고나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를 제외하면, 실제로 주총·이사회 안건에서 강하게 반대하거나, 지배구조·주주환원 정책을 이유로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힘을 가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기관투자자의 의사결정 과정과 의결권 행사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특정 안건에 왜 찬성·반대했는지에 대한 근거를 정기적으로 설명하며, ▲장기 투자 원칙에 반하는 기업(반복적인 소액주주 희생, 심각한 지배구조 문제 등)에 대해서는 실제 매도·투자 축소로 연결되는 “후속 행동”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 입장에서 “이 기관은 그냥 돈만 넣고 말이 없는 손님”이 아니라, 진짜로 신경 써야 할 동업자로 인식하게 됩니다.
특히 국민연금처럼 거대한 연기금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에서 이중의 역할을 합니다. 한편으로는 국민 노후 자산을 지키는 투자자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를 좌우하는 큰손으로서입니다. 국민연금이 지배구조 개선·주주환원 확대를 진지하게 요구하고, 이에 따라 실제 의결권 행사와 투자 비중 조절을 한다면, 그 자체로 “이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큰손 돈을 잃는다”는 강력한 신호가 됩니다. 이는 곧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는 현실적인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4) 개인 투자자의 역할: “탈주”가 아니라 “참여”를 선택할 것인가
종종 개인 투자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소액주주 보호? 스튜어드십? 다 좋지만, 나는 그냥 미국 갈래요.” 감정적으로는 충분히 이해되는 선택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소득·지출·은퇴를 할 가능성이 높은 개인에게, 한국 시장을 통째로 버리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고, 장기적으로도 기회를 놓치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연금저축·IRP·ISA 같은 장기 계좌에서 국내 가치·배당·밸류업 ETF에 꾸준히 투자해 “좋은 행동을 하는 기업”에 장기 자본을 공급하는 것, ▲전문 플랫폼·커뮤니티 등을 통해 소액주주 연대에 참여하고, 의결권 위임·공동 주주제안 움직임을 지지하는 것, ▲기업의 배당정책·지배구조 보고서·IR 자료를 꾸준히 읽고, 본인이 동업자로서 만족할 수 있는 회사를 골라 투자하는 것 등은 모두 현실적인 행동입니다.
핵심은 “마음에 안 들면 매도하고 떠난다”에서 끝나지 않고, “마음에 들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를 한 번 더 고민하는 태도입니다. 물론 한 명의 개인이 거대한 그룹의 결정을 바꾸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개인의 선택이 모이면, 특정 유형의 기업(예: 지배구조·배당·정보공개가 좋은 회사)으로 자금이 쏠리고, 반대 유형의 기업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이 흐름이 커질수록,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행동에 따라 달라지는 변수”로 바뀌게 됩니다.
5) 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마지막 한 끗’
끝으로, 소액주주 보호 제도와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질화하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한 끗”은 집행력과 사례 축적입니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잘 만들어져 있어도,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합병·분할·유상증자 사례에서 제대로 된 제재와 판결이 나오지 않거나, ▲명백한 사익 추구·회계 부정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면, 시장은 “결국 소액주주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학습을 다시 하게 됩니다. 반대로, 몇 번의 상징적인 사건에서 소액주주가 승소하고, 가해 기업·대주주가 체감할 만한 제재를 받게 되면, 그 자체가 시장 전체를 향한 메시지가 됩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할 수 없다.”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대표소송·상장폐지 심사 등 강력한 수단은 이미 일부 도입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이를 실제로 활용해 “나쁜 행동을 하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을 분명히 심어주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소액주주 보호 제도와 스튜어드십 코드가 책 속의 문장이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격을 낮추는 실제 힘”이 됩니다.
결론: “나를 동업자로 대하는 회사”가 늘어날수록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줄어든다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은 신뢰입니다. “이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과 자산이, 장기적으로 내 몫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신뢰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기업이 많을수록, 한국 시장 전체의 할인율은 줄어듭니다. 소액주주 보호 제도와 스튜어드십 코드는 바로 이 신뢰를 복원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소액주주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기관투자자가 “고객 돈을 지키는 집사”로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시장에서는, 대주주의 사익 추구와 무책임한 의사결정이 점점 설 자리를 잃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는 해법은 거창한 비밀이 아닙니다. “나를 동업자로 대하는 회사”를 늘리는 것입니다. 이 회사들은 공시를 통해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사회에서 건강한 토론을 거쳐 의사결정을 내리며, 남은 이익을 배당·자사주 매입·성장 투자 등 합리적인 방식으로 배분합니다. 어려운 시기에는 경영진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주주·직원·채권자와 고통을 함께 나누려 합니다. 이런 행동을 꾸준히 보여주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더 높은 PER·PBR, 즉 “신뢰 프리미엄”을 받게 됩니다. 반대로, 소액주주를 무시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할 의지도 없으며, 사익 추구 논란이 반복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도태되거나, 극단적인 디스카운트를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와 제도는 이 과정에서 무대를 깔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소액주주 보호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선언이 아니라 행동으로 끌어내고, ▲법·규제를 통해 나쁜 행동에 확실한 비용을 부과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그 역할입니다. 기관투자자는 이 무대 위에서 “진짜 집사”로서 행동해야 하고, 개인투자자는 “탈주”가 아닌 “참여와 선택”을 통해 좋은 동업자를 골라야 합니다. 이 세 축이 함께 움직일 때,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조금씩이나마 줄어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시장이 지금의 디스카운트를 영원히 안고 갈 운명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지배구조·배당·정책·투자 문화는 모두 시간이 걸리지만, 분명히 변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그 변화의 속도를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힘이 바로 소액주주 보호와 스튜어드십 코드입니다. “나는 너무 작은 개인이라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 대신, “그래도 내가 고른 회사만큼은 나를 동업자로 대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는 것. 어쩌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는 첫 걸음은, 그 질문에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이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남는 질문은 이것일 것입니다. “그럼 내가 지금 들고 있는, 혹은 앞으로 살 한국 종목·ETF는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 다음 단계에서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원인과 해법을 바탕으로, 실제 종목·ETF 선택에서 체크해야 할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를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막연한 구조적 문제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내 포트폴리오에서 관리 가능한 요소들로 바꾸는 작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