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더 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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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더 봐야 하는가

by leeAnKR 2025.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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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어제오늘의 화두가 아니라, 몇 년 주기로 반복해서 등장하는 “단골 메뉴”에 가깝습니다. 그때마다 정부는 각종 정책 패키지, 세제·규제 완화책,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고, 최근에는 이른바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까지 등장했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굉장히 그럴듯합니다. 기업가치 제고, 주주환원 확대, 지배구조 개선, 자본시장 매력도 제고…. 하지만 정작 투자자 계좌를 열어보면, “과연 이 정책들이 실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였나?”라는 질문에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 글에서는 지금까지 반복되어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의 공통적인 한계와, 앞으로 정말 효과를 내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 개인 투자자의 시각에서 정리해 보려 합니다.

 

 

서론: “정책 발표 때만 반짝”이 반복되는 이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내세운 정부 대책은 패턴이 비슷합니다. 발표 직후엔 언론 헤드라인이 화려합니다. “주주환원 확대”, “자사주 소각 유도”, “저PBR 기업 가치 제고”, “자본시장 선진화 로드맵” 같은 단어들이 쏟아지고, 관련 섹터·종목이 며칠 동안 급등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면, 그때의 기대감은 서서히 식고, 지수와 밸류에이션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심지어 더 싸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투자자들은 어느 순간 이런 학습을 해버립니다. “또 나왔구나. 발표 때만 반짝하다 말겠지.”

이 반복의 핵심 원인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정책이 ‘구조’보다 ‘이벤트’에 가깝다는 것. 즉, 한두 번의 세제 혜택, 한정된 기간의 인센티브, 캠페인 식 권고에 머무르고, 기업 행동과 시장 문화 자체를 바꾸는 구조적 장치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둘째, 정책의 메시지가 “이렇게 하라”는 슬로건 수준에 머물고, 기업·투자자에게 명확한 유인과 페널티를 함께 설계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주주환원을 늘려주세요”라는 권고와 “주주환원을 늘리면 세제·평가지표·인덱스 편입에서 이런 보상이 있습니다”는 설계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정책의 수혜와 책임이 누구에게 떨어지는지 불분명하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저PBR 기업의 밸류업을 유도하겠다”고 선언할 때, 실제 행동을 해야 할 주체는 기업 경영진과 이사회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인센티브 구조(연봉·성과급·지분)와 연동된 설계가 없다면, “정부가 하라니까 발표용으로 한 번 발표하고 말지” 정도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또 잠깐 이벤트로 끝날 것”이라는 냉소가 쌓이고, 그 냉소 자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지하는 심리적 배경이 됩니다.

서론에서 짚고 싶은 지점은 하나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내려면, 단순히 “좋은 말”을 한 번 외치고, 몇 가지 규제·세제 조정을 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행동·시장 참여자의 인센티브·제도 설계까지 동시에 건드리는 구조적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진짜 다르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면, 정책은 또 한 번 “뉴스 재료”로만 소비되고 말 가능성이 큽니다.

본론: 그동안의 정책이 놓쳤던 네 가지 포인트

지금까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왜 체감 효과가 약했는지, 네 가지 포인트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습니다.

1) ‘밸류업’의 중심이 숫자(지표)가 아니라 행동(거버넌스)에 있어야 하는데, 거꾸로 된 경우
많은 정책이 “저PBR·저PER 기업을 어떻게 끌어올릴까”라는 프레임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PBR 1배 미만 기업 리스트, 밸류업 대상 기업, 배당성향 목표 같은 “숫자” 이야기가 먼저 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진짜로 보는 것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 숫자 뒤에서 움직이는 행동입니다. 즉, 이사회와 경영진이 자본 배분·주주환원·지배구조 개선에서 어떤 선택을 실질적으로 했는지가 핵심입니다.
그런데 정책이 “PBR 1배 미만 기업들의 자발적 밸류업 계획 제출” 같은 형식적인 요구에 그치면, 기업 입장에서는 보고서 한 번 쓰고 행사 한 번 참여하는 수준으로 대응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정작 필요한 것은 “배당성향을 어느 정도까지 높이면, 어느 정도 기간 유지하면, 자사주 소각·내부거래 정리·불리한 합병 관행 개선을 하면, 어떤 혜택과 평가 개선을 받는가”와 같은 행동 기반의 인센티브 설계입니다. 숫자를 꾸며서 PBR만 잠깐 올리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바꿔서 PBR이 자연스럽게 리레이팅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정책이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2)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당근’은 제시했지만, ‘신뢰 회복’ 설계는 부족했다
정부 정책에는 종종 배당소득세 일부 완화, 자사주 소각 유도, 배당 우대 세제 같은 요소가 포함됩니다. 분명히 의미 있는 시도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정도 세제 혜택 때문에 한국 주식에 더 적극적으로 들어갈까?”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은 “세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이익과 자산이 내 몫으로 돌아올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서” 생긴 측면이 큽니다.
즉, 주주환원 정책은 ‘돈을 얼마나 주느냐’ 못지않게 ‘언제, 어느 정도를, 얼마나 일관되게 줄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배당정책 가이던스(예: 중장기 배당성향 목표), 자사주 매입·소각의 정례화, 경기 국면에 따른 주주환원 정책의 룰을 명확히 하는 것 등은 기업 차원의 노력이지만, 정책도 이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습니다. 단발성 인센티브보다 “장기적으로 일관된 주주환원 정책을 채택한 기업에 인덱스 편입·평가지표·세제에서 가점을 준다”는 구조적 룰이 없다면, 주주환원 확대는 이벤트로 끝날 위험이 큽니다.

3) 자본시장 ‘수요’ 설계가 부족했다 – 연금·기관·개인 장기자금의 역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려면, 공급(기업 행동)만 바꿀 게 아니라 수요(어떤 자금이 사주는지)도 동시에 설계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정책은 기업들의 밸류업 계획, 주주환원 확대, 상장·공시 제도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춰 왔지만, “누가 이 싸고 좋은 주식을 장기적으로 사서 버텨줄 것인가?”에 대한 그림은 비교적 약했습니다.
국민연금·퇴직연금·보험사 등 장기 자금이 지배구조·주주환원·ESG 기준을 반영해 투자를 하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면, 기업 입장에서 “밸류업을 하면 이런 돈이 들어온다”는 강력한 신호가 됩니다. 개인투자자 역시 연금저축·IRP 등 장기 계좌를 통해 국내 가치·배당·밸류업 ETF에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시장은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 트렌드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정책에서는 이런 “장기 수요 기반 설계”가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었고, 그 결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늘 “기업과 정부”의 과제로만 남아 있었습니다.

4) ‘단기 지수 부양’과 ‘장기 구조 개선’이 혼재되어 메시지가 흐려졌다
현실적으로, 어떤 정부든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크게 빠지는 상황을 그냥 두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정말 장기 구조를 바꾸기 위한 것인지”, “단기 지수 부양을 위한 메시지인지”가 섞여버리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투자자들은 이 미묘한 차이를 금방 감지합니다. “또 지수 빠지니까 무언가 내놓는구나”라는 인식이 생기는 순간, 정책은 구조적 신뢰 회복의 도구라기보다는 “단기 재료”로 소비됩니다.
정말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고 싶다면, 지수가 오를 때도, 내릴 때도, 경기 상황과 상관없이 일관되게 추진되는 구조 개혁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기간마다 지배구조·주주환원·공시 투명성 기준을 단계적으로 높여가는 일정, 순환출자·내부거래·사익편취 규제의 일관된 강화, 연금·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의무화 등은 경기·지수와 상관없이 꾸준히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장이 “이번에는 단발성 부양책이 아니라 진짜 방향을 바꿀 생각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결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진짜 먹히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입니다. 문제는 “또 나왔네”에서 끝날지, 아니면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라는 신호를 실제로 줄 수 있을지입니다. 그 차이는 화려한 슬로건이 아니라, 몇 가지 구조적 조건이 갖춰지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첫째, 정책의 초점이 지표가 아니라 행동에 맞춰져야 합니다. PBR 몇 배, PER 몇 배가 목표가 아니라, 이사회·경영진·대주주·기관투자자가 어떤 행동을 하면 어떤 보상과 페널티를 받는지가 설계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배구조·주주환원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에 세제·인덱스·공공자금 투자에서 가점 부여, ▲반복적으로 소액주주를 희생시키는 구조 재편을 한 기업에 대해서는 공시·제재·시장평가 측면에서 불이익 부여 등, 행동과 결과가 연결된 룰이 필요합니다.

둘째, 장기 자금의 역할을 정책 안에 적극적으로 위치시켜야 합니다. 국민연금·퇴직연금·보험·공제회 같은 장기 자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핵심 플레이어가 되도록, 투자 기준과 스튜어드십 활동을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개인투자자 측면에서는 연금저축·IRP·ISA 등 장기 계좌에서 국내 가치·배당·밸류업 ETF에 투자할 때의 혜택을 확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장기적으로 사들이는 자금 풀”을 키우는 방향이 중요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결국 “누군가 싸게 오래 사줄 용의가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정치·경기 사이클과 무관한 ‘장기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정권과 지수가 바뀔 때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의 톤과 우선순위가 크게 바뀐다면, 시장은 영원히 이를 “단기 부양책”으로만 받아들일 것입니다. 반대로, 어느 정부든 건드리지 않는 장기 어젠다 – 예를 들어, ▲지배구조 투명성 기준 상향, ▲소액주주 보호 제도 강화, ▲기업 공시·IR 수준의 단계적 개선, ▲연금·기관투자자의 책임 있는 주주권 행사 – 를 초당적으로 합의해 두면, 시장 신뢰는 완전히 다른 층위에서 형성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도 분명히 있습니다. 정책을 맹신할 필요도 없지만, 냉소만 할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책이 어떤 구조를 바꾸려 하는지, 그 구조 변화에서 내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위치해야 할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밸류업·주주환원 관련 정책이 나왔을 때, 단기 급등주만 쫓기보다, 진짜로 배당정책·지배구조·내부거래 구조를 손보는 기업이 어디인지, 연금·기관이 어떤 종목·ETF를 통해 참여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훨씬 생산적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과실은 결국 “말이 아니라 행동을 바꾼 기업”에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기업·정부·시장 참여자 모두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 온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이를 줄이는 과정 역시 한 번의 정책 발표로 끝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방향이 분명해지고, 행동과 인센티브가 연결되며, 장기 자금이 구조적으로 유입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한국 시장은 “언제나 싸야 하는 시장”에서 “합리적인 프리미엄도 받을 수 있는 시장”으로 서서히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연금·장기 계좌·바벨 전략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기회를 활용하는 참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을 볼 때마다, 이번 글의 기준으로 “이건 이벤트인가, 구조인가?”를 한 번쯤 체크해 보는 습관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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