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성장주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바벨 전략’: 한쪽은 안전, 한쪽은 싸게 들고 가는 포트폴리오 설계법
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해외 성장주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바벨 전략’: 한쪽은 안전, 한쪽은 싸게 들고 가는 포트폴리오 설계법

by leeAnKR 2025. 12. 8.
반응형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야기를 하다 보면, 늘 따라오는 반응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주식은 조금만 하고 미국만 많이 들고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한쪽에서는 한국 시장의 구조적 저평가를 기회라고 이야기하고, 다른 쪽에서는 지정학·정책·지배구조 리스크를 이유로 국내 비중을 줄이자고 말합니다. 어느 쪽 말이 완전히 틀린 것도, 완전히 맞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출구 전략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바벨 전략(barbell strategy)’입니다. 한쪽 끝에는 미국·글로벌 우량 자산 같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신뢰받는 시장을 두고, 다른 한쪽 끝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한 한국 자산을 “싸게 오래 들고 가는” 포지션으로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이 글에서는 해외 투자와 국내 투자를 함께 가져가는 바벨 전략이 왜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대에 합리적인 해법이 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하면 좋은지, 감정이 아닌 구조 관점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서론: ‘한국 올인’도, ‘한국 탈출’도 아닌 현실적인 가운데 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둘러싼 개인 투자자의 심리는 크게 두 갈래로 갈라지곤 합니다. 하나는 “어차피 싸고,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는 믿음으로 한국 주식에 과감하게 베팅하는 쪽입니다. 다른 하나는 “한국은 구조적으로 안 바뀐다”며 미국 S&P500, 나스닥, 글로벌 ETF로 거의 자산을 옮겨 버리는 쪽입니다. 전자는 구조 개선이 생각보다 늦어질 경우, 오랜 기간 계좌가 ‘잠수’ 상태로 눌릴 수 있다는 위험이 있고, 후자는 한국에 살면서 원화 생활을 해야 하는 현실, 그리고 한국 시장의 잠재적 리레이팅 기회를 통째로 버리는 대가를 치를 수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둘 중 하나를 극단적으로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생활은 한국에서 하고, 급여·연금·부동산은 대부분 원화 자산인데, “한국은 답이 없다”면서 모든 금융 자산을 달러·해외로만 가져가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부담스럽습니다. 반대로, 한국 경제·정책·지배구조의 한계를 다 알고 있으면서도 “애국심 투자”라는 이름으로 국내 주식만 잔뜩 들고 있는 것도 위험한 일입니다. 지정학 리스크, 정책 리스크, 환율 변동, 산업 구조 변화 등 한국 고유의 리스크를 생각하면, “한국 자산만”으로는 마음 편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바벨 전략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원래는 채권·옵션 등에서 많이 쓰이던 개념이지만, 자산배분 전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바벨 전략의 핵심은 “중간 애매한 위험자산에 애매하게 나누지 말고, 한쪽에는 아주 보수적·안정적인 자산을, 다른 한쪽에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지만 기대수익도 큰 자산을 두껍게 가져가자”는 생각입니다. 이 아이디어를 코리아 디스카운트 상황에 맞게 바꾸면, 한쪽 끝에는 미국·글로벌 우량 주식·채권·ETF 같은 신뢰받는 자산을, 다른 한쪽 끝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한 한국 주식·ETF를 장기 보유 포지션으로 가져가는 그림이 됩니다. 중간에 이것저것 섞어 애매하게 가져가는 대신, “안정 축 + 기회 축”을 명확히 나누는 것입니다.

이렇게 구성하면 심리적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한국이 언제 구조적으로 개선될지 모르니 불안하다”는 감정은, 포트폴리오의 다른 한쪽 끝에 있는 미국·글로벌 자산이 어느 정도 완충 역할을 해 주면서 완화됩니다. 동시에, “한국이 언젠가 일본처럼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을 경험한다면 그 과실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은, 한국 자산을 포트폴리오 내 ‘기회 축’으로 두텁게 가지고 가면서 충족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바벨 전략은 “한국 올인”도, “한국 탈출”도 아닌, 한국에서 살아가는 투자자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가운데 길입니다.

서론의 결론은 간단합니다. 우리는 한국이라는 리스크를 온몸으로 맞으며 살고 있지만, 동시에 한국이 가진 성장 잠재력과 저평가 매력을 외면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상충되는 감정을 이론·구조 차원에서 풀어낸 것이 바로 “해외 안정 자산 + 국내 디스카운트 자산” 바벨 전략입니다. 이제 본론에서는 실제 포트폴리오에서 이 바벨을 어떻게 구체화할지, 비율·상품·계좌·리밸런싱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본론: 해외 안정축 + 국내 기회축으로 짜는 바벨 포트폴리오 설계

바벨 전략을 실제 자산배분으로 옮길 때 중요한 것은 “두 축의 역할을 명확히 나누는 것”입니다. 하나는 포트폴리오의 기초 체력, 다른 하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시의 레버리지 역할을 맡습니다. 살펴볼 포인트를 네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왼쪽 바벨: 미국·글로벌 우량 자산을 ‘기초 체력’으로
왼쪽 바벨, 즉 안정축에는 “한국 리스크와 어느 정도 분리된, 신뢰할 수 있는 자산”을 둡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 S&P500, 나스닥100, 글로벌 선진국·전세계 주식 ETF입니다. 여기에 나이가 들수록 글로벌 채권·달러 현금성 자산 비중을 조금씩 늘릴 수 있습니다. 이 축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한국이 흔들릴 때도, 내 전체 자산이 함께 무너지지 않도록 해 주는 기둥.”

예를 들어, 전체 금융자산의 40~60%를 이 안정축에 배치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글로벌 주식 ETF(예: S&P500, ACWI 타입) 30~50%, 글로벌 채권·달러MMF 등 저위험 자산 10~20% 정도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 비중은 나이·소득 안정성·위험 선호도에 따라 조정할 수 있지만, 핵심은 “이 축만으로도 은퇴 후 최소한의 생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잡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길어져도, 포트폴리오 전체가 구조적으로 망가지지 않습니다.

2) 오른쪽 바벨: ‘코리아 디스카운트 기회축’을 국내 주식·ETF로 설계하기
오른쪽 바벨, 즉 기회축에는 한국 시장의 저평가와 잠재적 리레이팅에 직접 노출되는 자산을 둡니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① 코스피·코스닥·코스피200 등 지수 ETF, ② 고배당·가치·밸류업 ETF, ③ 구조 개선 수혜가 기대되는 특정 섹터·테마 ETF(예: 지배구조·ESG·주주환원 관련). 개별 종목으로 갈수록 리스크·리턴 폭이 커지지만, 바벨 전략에서는 가능하면 ETF 중심으로 가는 편이 구조적으로 더 안정적입니다.

비중 예시를 들어보면, 전체 금융자산의 20~40% 정도를 이 기회축에 둘 수 있습니다. 한국 시장 리레이팅 기대가 크고,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다면 40%에 가까이, 한국 리스크가 부담스럽다면 20% 수준으로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 비중을 완전히 0으로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될 때 그 과실을 포트폴리오가 실제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회축 비중을 너무 높여서 전체 자산이 사실상 “한국 올인” 상태가 되어버리면 바벨 전략의 의미가 사라집니다.

3) 가운데는 최소화: 중요하지 않은 자산은 과감히 정리하기
바벨 전략의 또 하나의 핵심은 “중간 영역을 비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변동성은 꽤 있는데 기대수익은 애매한 자산, 한국·글로벌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이상한 테마, 레버리지·인버스처럼 단기 투기에 가까운 상품을 포트폴리오 중앙에 잔뜩 쌓아두면, 사실상 바벨 전략이 아니라 “잡다한 위험자산 모음집”이 됩니다.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정리가 필요합니다. ① 장기 전략과 상관없는 단기 레버리지·인버스·테마주는 가급적 일반 계좌의 ‘소액 놀이’로 한정, ② 연금저축·IRP·장기 투자용 계좌에서는 바벨의 왼쪽(해외 안정)·오른쪽(국내 디스카운트 기회) 둘 중 하나에만 속하는 자산 위주로 구성, ③ 애매한 펀드·실적도 약하고 테마도 불분명한 종목 등은 과감하게 정리. 이렇게 “가운데를 비워 주는 작업”이 있어야, 바벨 전략이 구조적으로 작동합니다.

4) 리밸런싱 규칙: 한국이 더 싸지면 국내 비중을 조금씩 올리는 구조 만들기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시간에 따라 비중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입니다. 바벨 전략은 “한 번 비율 정하고 끝”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왼쪽과 오른쪽 바벨의 무게를 천천히 조절해 가는 과정입니다. 여기서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은 한국 vs 글로벌 밸류에이션, 한국 시장의 PBR·PER, 환율 수준 등입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해외 안정축 50%, 국내 기회축 30%, 나머지 현금·기타 20%로 가져가다가, 한국 시장이 크게 빠지며 PBR이 0.7 수준까지 내려가고, 뉴스 헤드라인마다 “한국 증시 외면” 같은 표현이 쏟아지는 구간이라면, 연금 계좌나 장기 계좌에서 국내 ETF 비중을 5~10%p 정도 늘리는 식입니다. 반대로, 한국 시장이 글로벌 대비 강세를 보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며 PBR이 1배를 훌쩍 넘는 구간에는 조금씩 해외 안정축 비중을 다시 늘리는 방식입니다.

이때 연금저축·IRP처럼 매매 차익 과세가 이연되는 계좌를 활용하면, 세금 부담 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이 리밸런싱을 실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반 계좌에서는 세금·수수료를 고려해야 하므로, 너무 자주 비중을 바꾸기보다는 “큰 싸이클에서만”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룰입니다. “뉴스가 무서울수록, 미리 정한 기준대로 국내 비중을 조금 늘린다”, “한국 시장이 너무 좋게만 보이는 구간에는 미리 정한 기준대로 해외 비중을 늘린다”는 룰을 세워 두면, 바벨 전략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활용하면서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구조를 제공합니다.

결론: 한쪽은 든든하게, 한쪽은 싸게 오래 —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대의 생존 전략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재벌 구조·지배구조·배당 문화·정책 리스크 같은 요소들은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은 답이 없다”며 모든 자산을 해외로 빼버린다고 해서, 한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 리스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집값·물가·노후 의료비·연금 제도는 여전히 한국 경제에 종속되어 있고, 원화의 가치 변동은 일상 생활과 직결됩니다. 이 딜레마 속에서 “한국 올인”도, “한국 탈출”도 아닌, 구조적으로 설득력 있는 선택지가 바로 바벨 전략입니다.

바벨 전략의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한쪽에서는 가능한 한 “든든함”을, 다른 한쪽에서는 가능한 한 “싸게 오래 들고 갈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자. 든든함은 미국·글로벌 우량 자산·채권·달러 현금 같은 안정축에서, 기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반영된 한국 주식·ETF에서 찾아가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나누어 두면, 한국 시장이 생각보다 더 오래 답답하더라도 포트폴리오 전체가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습니다. 동시에, 언젠가 지배구조 개선·배당 확대·정책 안정·경제 체질 변화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되는 순간, 우리는 이미 그 기회축에 올라탄 상태가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국 비중”과 “내가 믿을 수 있는 해외 안정축” 사이의 균형을 찾는 일입니다. 그 균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소득이 안정적이고 투자 기간이 긴 30대라면 국내 기회축 비중을 좀 더 공격적으로 가져갈 수 있고, 은퇴가 가까운 50·60대라면 해외 안정축과 채권 비중을 더 두텁게 가져가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통된 원칙은 있습니다. 첫째, 한국을 완전히 버리지 말 것. 둘째, 한국만 믿고 올인하지도 말 것. 셋째, 두 축의 역할과 비중을 감정이 아닌 룰과 숫자로 관리할 것.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투자자 입장에서 짜증나는 현실이지만, 동시에 전략을 세울 여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한국 시장에만, 혹은 미국 시장에만 자산을 쏟아붓는 대신, “한쪽은 든든하게, 한쪽은 싸게 오래”라는 바벨 전략을 통해 구조적 리스크와 구조적 기회를 동시에 관리해 보세요. 그 과정에서 연금저축·IRP 같은 장기 계좌를 적극 활용하면, 세제 혜택까지 겹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평생 자산을 만드는 장기 할인 구간”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바꿀 수 없는 환경을 탓하는 대신, 그 환경 속에서 가장 합리적인 구조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바벨 전략은 그 설계도의 한 가지 현실적인 답안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