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불확실성과 규제·세제 리스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는 이유
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정책 불확실성과 규제·세제 리스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는 이유

by leeAnKR 2025. 12. 7.
반응형

한국 주식시장이 오랫동안 ‘저평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배경에는 기업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그 기업을 둘러싼 정책·규제·세제 환경이 크게 작용합니다. 외국인·기관투자자의 입장에서 한국은 경제 규모나 산업 경쟁력에 비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낮고, 정권과 여론에 따라 규제 방향이 크게 흔들리는 시장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어느 날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외치다가도, 다른 날에는 증세·규제 강화·포퓰리즘성 대책이 등장하는 식의 오락가락 행보가 반복되면, 장기 자본은 자연스럽게 “이 나라에 프리미엄을 줄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을 갖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정책 불확실성과 규제·세제 리스크가 어떻게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번역되는지, 구체적인 메커니즘과 사례 유형을 통해 살펴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방향의 변화가 필요한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실적·지배구조·배당만 봐서는 설명되지 않는 ‘국가 단위 할인율’의 이면에 정책 환경이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지 함께 짚어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서론: 시장은 숫자만이 아니라 ‘룰의 신뢰도’도 가격에 반영한다

투자자는 흔히 재무제표와 차트만 보는 사람처럼 그려지지만, 실제로 장기 자금을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이 나라의 룰이 얼마나 예측 가능한가?”가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성장률, 기업 실적, 기술력만 좋다고 해서 자본이 자동으로 몰리는 것은 아닙니다. 세금 제도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규제가 어느 방향으로 강화·완화될지, 정부가 시장과 얼마나 소통하면서 제도를 설계하는지까지 모두 한꺼번에 고려합니다. 이 모든 것을 묶어 부르는 말이 ‘정책 신뢰도’이고, 신뢰도가 낮을수록 시장은 더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합니다. 결국 같은 이익을 내는 기업이라도, 정책 환경이 안정적인 나라에서는 PER 20배를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는 8~10배에서 막히는 일이 벌어집니다.

한국은 그동안 빠른 성장과 산업 고도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정책과 규제 역시 속도전으로 움직여 온 측면이 있습니다. 금융·부동산·산업 정책이 경기와 여론에 따라 급격히 전환되거나, 증권·세제 정책이 정권과 정치 일정에 따라 잦은 수정과 유예, 철회를 반복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습니다. 정책 담당자 입장에서는 “상황이 바뀌었으니 유연하게 대응한 것”일 수 있지만, 외국인·기관투자자의 눈에는 “룰이 수시로 바뀌는 불안정한 시장”으로 보이기 쉽습니다. 특히 자본시장 관련 세법·규제는 투자자의 기대 수익률과 포트폴리오 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한 번 불신이 쌓이면 쉽게 회복되기 어렵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논할 때, 우리는 흔히 재벌·지배구조·배당성향 같은 기업 내부 요인에 집중합니다. 물론 이들은 매우 중요한 변수입니다. 하지만 기업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 위에서 작동하는 정책·세제·규제 환경이 불안정하다면, 밸류에이션의 상단은 자연스럽게 눌립니다. 특히 해외 자본의 입장에서 한국은 “좋은 기업도 많지만, 언제 정책 한 방에 판이 바뀔지 모르는 나라”라는 인식이 공존합니다. 이 인식이 약해지지 않는 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상당 부분은 구조적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론에서 확인하고 싶은 포인트는 간단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단지 “기업이 주주친화적이지 않아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정책을 설계·집행하는 방식”에서도 상당 부분 기인한다는 점입니다. 세금과 규제의 방향이 일관되고 예측 가능할수록, 시장은 안심하고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책의 시계가 짧고, 발표와 철회가 반복되며, 갑작스러운 규제 강화나 새로운 부담이 예고 없이 등장하는 환경에서는, 투자자는 방어적으로 바뀌고, 그 방어적 태도가 결국 PER·PBR 디스카운트로 나타납니다.

이제 본론에서는 정책 불확실성과 규제·세제 리스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키우는 구체적인 경로를 다섯 가지 정도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세법의 잦은 변경, 산업별 규제 리스크, 정권 교체 때마다 출렁이는 정책 방향, 자본시장 제도에 대한 일관성 부족, 지정학·외교 리스크까지 하나씩 들여다보면, 왜 “정책 신뢰도”가 곧 “국가 밸류에이션”인지를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론: 정책·규제·세제 리스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만드는 다섯 가지 통로

첫째, 잦은 세법 개정과 금융세제 논란이 장기 투자자 심리를 약화시킵니다.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는 투자자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좌우합니다.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유예, 배당소득 중과, 증권거래세 등은 모두 “이 시장에서 주식을 얼마나 오래, 얼마만큼 보유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변수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세법이 정치·정책 상황에 따라 잦은 개정과 방향 전환을 겪어 왔습니다. 새 제도가 예고됐다가 여론과 시장 반발로 유예·철회되기도 하고, 대주주 기준이나 세율이 짧은 기간에 여러 번 바뀌기도 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금 세법을 기준으로 장기 계획을 세워도, 몇 년 뒤에는 완전히 달라져 있을 수 있다”는 불안이 생깁니다. 이 불안은 장기 자금을 붙잡지 못하고, 단기 매매와 눈치보기 투자만 늘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장기 자본이 부족한 시장에서는 밸류에이션이 쉽게 올라가지 않습니다.

둘째, 산업별 규제 리스크와 ‘찍히면 끝’이라는 인식이 프리미엄을 가로막습니다.
IT·플랫폼, 게임, 바이오, 금융, 부동산, 에너지 등 한국의 주요 산업들은 정부 정책과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당연한 면도 있지만, 문제는 정책의 방향과 강도가 예측 가능하게 움직이지 않을 때입니다. 어떤 시기에는 특정 산업을 육성한다며 각종 지원책이 나오다가, 여론이 바뀌거나 부작용이 부각되면 갑작스러운 규제 강화나 세제 불이익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특정 섹터가 정부·여론에 찍히면 밸류에이션이 순식간에 반토막 날 수 있다”는 학습이 쌓입니다. 이 학습은 해당 섹터뿐 아니라 전체 시장에 “정책 리스크 프리미엄”을 얹게 만듭니다. 성장 스토리가 있는 기업이라도, 정책 한 방에 스토리 자체가 훼손될 수 있는 환경이라면, PER·PBR 상단은 자연스럽게 제한됩니다.

셋째, 정권 교체 때마다 자본시장·증세·규제 기조가 크게 흔들리는 구조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권에 따라 정책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장기 자본이 선호하는 것은 “방향의 차이는 있어도, 룰 자체는 존중되고 서서히 바뀌는” 환경입니다. 한국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증세·재정·노동·금융 규제 방향이 크게 출렁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본시장과 관련해서도 어떤 정부는 증세·규제 기조를 강화하고, 다른 정부는 감세·완화를 외치는 등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가 반복되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5년, 10년 단위로 투자 전략을 짜는 연기금·글로벌 기관투자자가 한국을 “정책 시계가 짧은 시장”으로 인식하기 쉽습니다. 정책의 시계가 짧으면, 투자자의 시계도 짧아지고, 짧아진 시계는 구조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이어집니다.

넷째, 자본시장 제도(공매도, 상장·퇴출, 공시, 스튜어드십 등)에 대한 일관성 부족입니다.
주식시장 안에서도 공매도 제도, 상장·퇴출 기준, 회계·공시 규정, 주주총회·스튜어드십 코드 운영 방식 등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효율성의 핵심입니다. 한국에서는 공매도 금지·재개, 제도 손질이 정치·여론과 맞물려 단기간에 반복된 바 있고, 일부 상장·퇴출 사례에서는 투자자 보호와 규제 집행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습니다. 회계 이슈와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규제는 강화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느슨해지는 “사후 강화→망각” 패턴도 존재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시장은 “제도가 위기 때마다 땜질식으로 바뀌는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되고, 그만큼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도는 천천히 닳아갑니다. 신뢰도가 낮은 시장에는 구조적으로 디스카운트가 붙습니다.

다섯째, 지정학·외교 리스크와 결합해 ‘정책 리스크 패키지’로 인식됩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북한 리스크, 미·중 갈등, 주변국 외교 관계 등 복합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이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 국가 디스카운트를 유발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정책·규제·세제의 불확실성이 결합하면,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책 리스크 패키지”로 보이기 쉽습니다.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질 때, 정부가 어떤 경제·자본시장 대책을 내놓을지 예측하기 어렵고, 위기 대응 과정에서 새로운 부담과 규제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더해집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당연히 “조금 더 싸야 들어가겠다”는 심리가 작동합니다. 결과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단일 요인이 아니라, 지정학·정책·규제·세제 리스크가 묶인 복합 패키지의 가격표에 가깝습니다.

요약하자면, 정책 불확실성과 규제·세제 리스크는 투자자의 요구 수익률을 높이고, 그만큼 PER·PBR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기업이 아무리 좋은 실적과 지배구조, 배당정책을 갖췄더라도, 국가 차원의 정책 리스크가 크게 보이는 시장에서는 “동일한 기업이라면 다른 나라에 상장되어 있었을 때보다 한 단계 낮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기 쉽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고질적이라는 말은 곧, 정책 불확실성 역시 고질적이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결론: 예측 가능한 정책과 일관된 룰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전제조건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정책 불확실성과 규제·세제 리스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중요한 축입니다. 지배구조, 재벌 구조, 낮은 배당성향 같은 기업 내부 요인만 고쳐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기업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 위에서 작동하는 국가의 룰이 자주 바뀌고,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이 반복된다면, 시장은 구조적으로 높은 할인율을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려면, 기업과 투자자, 정부가 함께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라는 큰 틀부터 다시 세워야 합니다. 성장 전략과 산업 정책, 세제·규제 방향을 정할 때, 1~2년 단기 정치 일정이 아니라 10년, 20년 뒤 자본시장과 경제의 신뢰도까지 함께 고려하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정부와 정책 당국의 역할을 정리하면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큰 방향을 먼저 제시하고 세부 내용은 충분한 예고와 소통을 거쳐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입니다. 세법·규제·자본시장 제도는 “오늘 발표하고 내일부터 적용하는” 속도전의 대상이 아닙니다. 시장과 국민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설계해야 합니다. 둘째, 한 번 정한 방향은 정권이 바뀌어도 쉽게 뒤집히지 않도록 초당적 합의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연금·세제·자본시장 육성 전략 같은 장기 어젠다는 최소한의 정치적 합의 아래, 정권이 바뀌어도 대략적인 궤도가 유지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그래야 장기 자본이 “이 나라의 룰은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셋째, 규제는 강도보다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시해야 합니다. 어떤 산업이든 규제는 필요합니다. 문제는 “언제, 어떤 기준으로, 어느 정도까지”라는 세부 설계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방향이 확 바뀌는 것”입니다. 규제의 목적과 원칙,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일정한 절차와 예고 기간을 거쳐 변화시키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규제가 강화될 때도, 완화될 때도 “왜 지금, 왜 이 정도인지”를 시장과 충분히 논의하고 설명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이 형성될 때, 비로소 정책 리스크 프리미엄이 줄어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완화될 수 있습니다.

기업과 투자자에게도 할 일이 있습니다. 기업은 정책·제도 변화가 있을 때마다 단기적으로 로비와 예외를 요구하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어떤 규제·세제 환경이 전체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는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기업들이 스스로 지배구조·배당·정보공개를 개선하면서 “우리는 일관된 룰을 원하고, 그 룰 안에서 경쟁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낼수록, 정책 당국도 단기 여론에 휘둘리기보다 장기 관점에서 움직일 명분을 얻습니다. 투자자 역시 정책에 대한 반응을 단기 주가 등락으로만 평가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는 방향인지,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인지 함께 판단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투자자의 관점에서 정책 리스크를 대하는 태도도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정책이 나쁘다/좋다”의 감정적 평가를 넘어, 정책의 방향성과 일관성을 먼저 봐야 합니다. 둘째, 특정 세법·규제가 당장 내게 불리하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시장 신뢰와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이라면, 그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정책 뉴스에 과도하게 휘둘리기보다, “이 환경에서도 장기적으로 일관된 전략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해야 합니다. 정책 리스크는 완전히 피할 수 없지만, 어떤 기업·섹터가 정책 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흔들리는지, 어떤 기업이 정책 환경을 기회로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구분하는 눈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는 일은 “한국은 원래 싸다”는 자기비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싸게 보일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하나씩 바꾸는 과정입니다. 지배구조·재벌·배당처럼 기업 내부의 과제와 함께, 정책·규제·세제라는 국가 단위의 과제도 동시에 풀어야 합니다. 예측 가능한 정책, 일관된 룰, 충분한 예고와 소통, 장기적인 방향성을 갖춘 자본시장 전략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한국은 싸야만 하는 시장”이라는 인식에서 “한국은 합리적인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시장”으로의 전환이 가능해집니다. 이 글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의를 “기업 탓”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룰을 만드는 주체”까지 확장해 바라보는 데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