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 주식 PER·PBR은 항상 낮게 보일까? 글로벌 비교로 보는 저평가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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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 주식 PER·PBR은 항상 낮게 보일까? 글로벌 비교로 보는 저평가 구조

by leeAnKR 2025.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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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시장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한 번쯤 이렇게 느껴본 적이 있습니다. “실적도 괜찮고, 기술력도 있는데… 왜 PER, PBR은 늘 저쪽(미국·유럽)보다 싸게 형성될까?” 이 질문은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숫자 버전입니다. 한국 증시는 전통적으로 글로벌 동종 업종 대비 낮은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을 부여받아 왔고, 이 현상은 단순한 일시적 저평가가 아니라 구조적 패턴에 가깝습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 증시의 PER·PBR이 왜 글로벌 대비 낮게 형성되는지 전체 지형을 한 번에 조망해 보고자 합니다. 단순히 “싸다, 비싸다”의 감상이 아니라, 왜 시장이 이런 가격을 합리적으로(혹은 과도하게) 매기고 있는지, 기업의 수익 구조와 지배구조, 정책 리스크, 투자 문화가 어떻게 밸류에이션에 반영되는지를 차근차근 풀어보려 합니다. 특히 이 글은 한국 시장에 투자하면서 늘 답답함을 느끼는 개인 투자자, 그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좀 더 숫자 관점에서 이해해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작성되었으며, 이후 “원인별 심층 분석”으로 이어질 시리즈의 출발점 역할을 합니다. PER·PBR이라는 단순한 두 개의 숫자 뒤에 숨어 있는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를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서론: 글로벌 대비 낮은 PER·PBR, 숫자가 말해주는 것

한국 증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지표가 PER과 PBR입니다. PER은 “이 회사가 버는 이익 대비 주가가 몇 배에 거래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이고, PBR은 “자본(순자산) 대비 주가가 몇 배인가”를 나타냅니다. 얼핏 보면 그냥 숫자 놀이처럼 느껴지지만, 시장이 그 기업의 성장성, 안정성, 신뢰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붙여놓은 가격표에 가깝습니다. 같은 업종, 비슷한 이익 규모를 가진 기업이라도 “앞으로 이익이 얼마나 꾸준히 증가할 것 같은지”, “이익이 실제로 주주에게 돌아오는 구조인지”,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얼마나 숨어 있는지”에 따라 시장이 허용하는 배수는 크게 달라집니다. 그래서 PER·PBR은 단순히 현재 이익과 자산의 크기뿐 아니라, 그 기업과 시장이 가진 “신뢰도”를 반영하는 숫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신뢰의 가격표를 글로벌로 비교해 보면 한국이 꽤 일관되게 “싸게” 취급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같은 전자, 자동차, 소재·부품 업종이라도 미국·유럽 상장사와 한국 상장사를 나란히 놓고 보면, 성장성과 수익성이 비슷하거나 어떤 면에서는 한국 기업이 앞서는데도 밸류에이션은 항상 한 단계 아래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건 기회인가, 아니면 싸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건가”라는 고민이 생깁니다. 저평가라는 말은 언제나 달콤하게 들리지만, 시장이 굳이 여러 해에 걸쳐 특정 국가에 낮은 배수를 고집한다면, 그 뒤에는 단순히 무시할 수 없는 구조적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론에서 우리는 한 가지를 먼저 분명히 해야 합니다. “PER이 낮다 = 무조건 저평가”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PER과 PBR은 항상 “왜 이런 숫자가 붙었는지”라는 맥락과 함께 해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익의 변동성이 매우 크거나, 지배구조 리스크가 크거나, 정부 규제와 정책 불확실성이 높은 산업이라면, 시장은 당연히 높은 배수를 주는 대신 일정 부분 디스카운트를 요구합니다. 반대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높은 배당성향, 투명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이라면 이익이 지금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더 높은 배수를 지불합니다. 결국 PER·PBR은 “얼마나 벌고 있느냐”뿐 아니라 “이익을 얼마나 믿을 수 있고, 얼마나 오래 유지될 것 같으며, 그 과실이 얼마나 주주에게 돌아올 것 같으냐”에 대한 종합 점수인 셈입니다.

한국 증시의 PER·PBR이 글로벌 대비 낮다는 말은, 곧 “시장이 한국 기업의 이익과 자산을 다른 나라 기업만큼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여러 층의 이유가 섞여 있습니다. 순전히 경제 성장률과 산업 경쟁력만 보면 한국이 과소평가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지배구조 문제, 낮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 문화, 반복되는 회계·스캔들, 지정학적 리스크, 정책의 일관성 부족, 단기 매매 위주의 투자 문화 같은 요인들은 시장의 시선을 냉정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익이 나와도 그 이익이 정말 주주에게 돌아올까?”, “언제 또 규제나 세금, 예측하지 못한 리스크가 튀어나올까?”라는 의심이 숫자에 녹아든 결과가 바로 PER·PBR의 만성적인 저평가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관점은 비교의 기준입니다. 한국 투자자들은 대체로 미국 S&P500, 나스닥 상장 기업들과 비교해서 “우리 PER·PBR이 너무 낮다”고 느끼지만, 사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본시장 프리미엄을 누리는 나라입니다. 달러 기축통화, 세계 최대·최심의 자본시장, 압도적인 빅테크 기업, 투자자 보호 제도, 풍부한 장기 자금 등이 결합된 결과, 미국 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PER·PBR이 원래 높게 형성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한국이 미국보다 낮다고 해서 곧바로 “비정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비슷한 조건의 이머징 마켓이나 선진국 중위권과 비교했을 때도 한국이 여전히 낮은 편이라는 점이 문제의식을 키웁니다. 이때부터 “이건 그냥 이머징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서론의 목표는 완벽한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본론에서 다룰 질문들을 분명히 세우는 것입니다. 왜 한국 시장은 이익이 좋아도 PER이 잘 안 올라갈까? 왜 자산이 많은데 PBR 1배를 넘지 못하는 기업이 이렇게 많을까? 이 저평가는 정당한 리스크 프라이싱일까, 아니면 과도한 체념과 습관의 결과일까? 그리고 이런 구조가 장기 투자자에게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이제 본론에서 한국 증시 PER·PBR이 글로벌 대비 낮게 형성되는 구체적인 이유들을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본론: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이 낮게 형성되는 구조적 이유

한국 증시의 PER·PBR이 글로벌 대비 낮게 형성되는 이유는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마치 퍼즐처럼 여러 조각이 맞물려 있고, 각각의 조각은 경제·정치·사회·기업문화·투자습관에 걸쳐 있습니다. 이 본론에서는 그중 핵심적인 몇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체 그림을 그려 보겠습니다. 크게 나누면 ① 이익과 자본의 “질”에 대한 의심, ②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문화, ③ 거시·정책·지정학 리스크, ④ 시장 구조와 투자 문화, ⑤ 비교 대상(미국·선진국)에 따른 착시라는 다섯 가지 축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이익과 자본의 “질” 문제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경기 사이클과 산업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경우가 많습니다. 수출 의존도가 높고, 반도체·자동차·전자·화학 등 경기 민감 업종 비중이 크다 보니, 호황일 때는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만, 불황이 오면 이익이 크게 줄거나 적자로 돌아서기도 합니다. 시장은 이런 기업에 높은 PER을 잘 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익이 나쁘지 않은 건 알겠는데, 이 수준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다”는 불안이 늘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이익의 절대 수준보다 “지속 가능성과 예측 가능성”이 낮게 평가되는 구조인 것이죠. PBR 역시 비슷합니다. 장부상 자산이 많아도, 그 자산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을 내는지(ROE), 얼마나 빠르게 성장에 기여하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한국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자본을 보수적으로 쌓아두는 경향이 강했고, 때로는 비핵심 자산이 과도하게 묶여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시장 입장에서는 “자산은 많은데, 이 자산으로 얼마나 돈을 잘 버는지 모르겠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고, 그 결과 PBR은 쉽게 1배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문화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영역이죠. 한국 상장사 상당수는 여전히 오너·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고, 중요한 의사결정이 소수에 의해 폐쇄적으로 이뤄지곤 합니다. 이사회와 사외이사가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경우도 많고,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실제 경영에 반영되는 사례는 아직 제한적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익이 나도 그 이익이 공정하게 주주에게 돌아오겠는가?”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실제로 낮은 배당성향, 불투명한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무리한 인수합병, 계열사 지원 등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이 문제가 된 사례가 반복되면서, 시장은 한국 상장사 전반에 일정 수준의 “불신 프리미엄”을 얹어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이 자연스럽고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미국·유럽에 비해, 한국은 여전히 이익을 내부에 쌓아두거나 대규모 투자를 반복하는 문화가 강합니다. 그러다 보니 PER·PBR이 낮아도 투자자는 “그래, 싸 보이긴 하는데, 이익이 실제로 내 주머니로 올 확률이 낮다면 지금 가격도 그냥 적정일 수 있다”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셋째, 거시경제·정책·지정학 리스크입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북한 리스크를 안고 있고, 미·중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 놓여 있는 나라입니다. 수출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기 둔화, 환율 변동, 무역 분쟁에 취약한 구조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정권 교체 때마다 커지는 정책 불확실성, 규제와 완화가 자주 오가는 산업 정책, 예상치 못한 세제 변경과 규제 강화 등이 더해지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프리미엄을 줄 수 있는 시장”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시장은 이런 리스크들을 밸류에이션에 반영합니다. 성장 잠재력은 높지만, 리스크도 크다고 판단하면 PER·PBR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격을 조정합니다. 이른바 “이머징 마켓 디스카운트”에 더해 한국 특유의 지정학적·정책 리스크가 얹히면서, 밸류에이션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중위권보다 낮은 수준에 머무르게 됩니다.

넷째, 시장 구조와 투자 문화입니다. 한국 증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고, 단기 매매와 테마·이슈 중심의 투자가 활발한 시장입니다. 특정 이슈가 발생하면 개별 종목이나 섹터가 하루에도 몇 번씩 급등락을 반복하고, 장기적인 펀더멘털보다 단기 재료와 기대감이 가격을 크게 흔드는 장면이 자주 연출됩니다. 이 과정에서 “묻지마 투자”와 “묻지마 폭락”이 동시에 반복되며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닳아갑니다. 장기 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 보험, 연금, 뮤추얼펀드 등이 꾸준하게 시장을 지지해 주는 구조가 아직 약한 것도 문제입니다. 단기 매매 비중이 높은 시장일수록 밸류에이션은 본질 가치보다 변동성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되고, 이것은 결국 “안정적 프리미엄”이 아니라 “리스크 디스카운트”로 귀결되곤 합니다. 투자 문화가 성숙할수록 PER·PBR이 기업의 본질에 맞게 수렴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직 한국 시장은 이 지점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섯째, 비교 대상에 따른 착시입니다. 많은 한국 투자자는 미국 시장과 직접 비교하면서 “우리는 너무 싸다”고 느끼지만, 사실 미국은 세계적으로도 예외적인 프리미엄 시장입니다. 기축통화 달러, 압도적인 수의 글로벌 리더 기업, 법·제도의 안정성, 두터운 연금 자금, 혁신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미국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미국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시장과 1:1로 비교하면, 웬만한 나라들은 대부분 밸류에이션이 낮게 잡히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따라서 “미국보다 PER·PBR이 낮다”는 사실 자체보다, 비슷한 조건의 다른 이머징·선진국 중위권과 비교했을 때 한국이 얼마나 추가적인 디스카운트를 받고 있는지 보는 것이 더 의미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석에서 한국은 같은 그룹 국가들 중에서도 한 단계 더 낮은 밸류에이션을 배정받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고, 이 추가 디스카운트가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입니다.

종합하면, 한국 증시 PER·PBR의 만성적 저평가는 단순히 “시장이 잘 몰라서” 생긴 문제가 아닙니다. 이익과 자본의 질,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문화, 거시경제와 지정학 리스크, 투자 문화, 비교 기준까지 다양한 요소가 얽히며 “한국이라면 이 정도 배수면 적당하다”는 시장의 집단적 합의가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그 합의가 과연 공정한지,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되고 있는지, 아니면 관성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결론: 낮은 PER·PBR, 단순한 ‘싸다’가 아니라 구조의 신호

이제 한국 증시의 PER·PBR이 글로벌 대비 낮은 이유를 큰 그림에서 한 번 살펴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숫자만 보면 분명히 “싸 보이는” 구간이 많지만, 그 숫자를 만든 배경까지 보면 단순한 선물이라기보다는 한국 자본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고민이 응축된 결과에 가깝습니다. 이익의 변동성이 크고, 수출과 경기의 의존도가 높으며,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문화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고, 지정학·정책 리스크가 상존하며, 단기 매매 중심의 투자 문화가 시장 전체에 고질적인 피로감을 남겨 온 것 – 이 모든 것들이 “한국 주식에는 이 정도 디스카운트는 붙어야 한다”는 냉정한 합의로 연결되었습니다. PER·PBR은 결국 시장이 내린 판결문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그 판결이 여러 해에 걸쳐 반복된 결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 구조를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낮은 PER·PBR을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바꿀 수 있는 지점”과 “이미 변화가 시작된 지점”을 구분해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배구조와 주주환원은 기업의 의지와 제도 개선을 통해 충분히 손댈 수 있는 영역입니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배당성향을 높이고,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소각하며, IR 활동을 강화함으로써 시장의 벌점을 조금씩 지워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은 전체 시장이 디스카운트를 받는 환경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높은 PER·PBR을 인정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한국이라서 싸다”는 말 속에서도, “그 중에서도 특히 싸게 취급되는 기업”과 “그럼에도 프리미엄을 인정받는 기업”이 함께 존재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차이를 구분해 내는 눈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정부와 제도 측면에서도 변화의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합니다. 배당·자사주 관련 제도 정비, 기업지배구조 개선 유인, 영문 공시 확대, 장기투자 인센티브 제공, 연금·기관투자자의 책임 있는 주주권 행사 강화 등은 이미 여러 차례 논의되어 왔고, 일부는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일관성”과 “지속성”입니다. 시장은 한두 번의 발표보다 5년, 10년에 걸친 실행 기록을 보며 신뢰를 쌓습니다. 만약 한국이 앞으로도 장기간에 걸쳐 주주친화 정책과 투명성 강화를 꾸준히 이어간다면, 지금의 PER·PBR 저평가는 적어도 일부는 되돌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책이 정권과 이슈에 따라 출렁이고, 기업의 행동이 선언에 그친다면, 시장은 쉽게 신뢰를 올려주지 않을 것입니다.

개인 투자자의 관점에서 낮은 PER·PBR을 보는 태도도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PER 5배? PBR 0.4배? 무조건 저평가!”라는 직선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왜 이런 숫자가 나왔는지, 그 숫자가 앞으로 바뀔 여지가 있는지, 바뀔 수 있도록 기업과 제도, 투자 문화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구조가 바뀔 조짐이 전혀 없는 기업의 “저PER·저PBR”은 언뜻 싸 보이지만, 사실상 시장이 “여기는 영원히 이 정도 할인은 줘야 한다”고 낙인 찍은 신호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구조를 바꾸기 위해 실제 행동을 시작한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당장은 남들보다 약간 비싸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며 리레이팅(재평가)의 여지가 더 클 수 있습니다. 숫자 자체보다 숫자의 방향성, 구조 변화의 방향을 함께 읽는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환경에서 살아남는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낮은 PER·PBR을 둘러싼 논의는 단지 투자자 개인의 수익률을 넘어 한국 경제와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자본시장은 단순한 돈의 장이 아니라, 기업과 투자자, 국가와 사회가 서로를 어떻게 신뢰하는지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왜 우리 시장은 이렇게 싸게 보일까?”라고 되묻지만, 그 질문은 동시에 “우리는 기업과 투자자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우리는 장기투자 문화를 얼마나 존중하는가?”, “우리는 정책을 얼마나 일관되게 설계하고 집행하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연결됩니다. PER·PBR이라는 두 개의 숫자를 깊이 들여다보는 일은, 결국 한국이라는 나라의 신뢰도를 점검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전체 숲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다음 글들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세부 원인 – 특히 지배구조, 주주환원, 정책·규제, 투자 문화 –를 각각 따로 떼어 보다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한국 증시의 낮은 PER·PBR은 “그냥 싸다”로 끝낼 이야기가 아닙니다. 왜 싸게 보이는지, 그 싸움의 판을 바꿀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어떤 기회와 위험이 생기는지를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이 이 시리즈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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