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선 누구나 “수익은 더, 손실은 덜”을 원한다.
그러나 실제 계좌에서는 반대가 자주 벌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진입 논리만 있고, 퇴장 규칙이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은 손절(하드 스탑)과 트레일링 스탑을 ‘감’이 아닌 ‘절차’로 고정하는 방법을 한 곳에 정리했다. 구조(스윙저점·지지선), 변동성(ATR), 시간(모멘텀 기한) 세 가지 축으로 손절선을 잡는 법, 손익비와 1R(최대 허용 손실) 관점에서 수량을 산출하는 법, 트레일링으로 손실을 제한하면서도 수익은 끝까지 추적하는 법을 구체적 케이스와 함께 설명한다.
여기에 갭·급락 구간의 예외 처리, 분할 청산·재진입 프로토콜, MTS 주문유형 설정(스탑·스탑리밋·트레일링·IOC/FOK)까지 실무 체크리스트로 묶었다. 읽고 나면 “이번엔 느낌이 좋아” 대신 “규칙대로 여기서 끊는다”가 손끝에 남을 것이다.

서론: ‘언제 나올지’를 먼저 정하는 사람만이 오래 남는다
손절은 패배 선언이 아니다. 전략 가정이 깨졌음을 인정하는 회계 행위이며, 그 대가로 우리는 계좌의 생존권을 얻는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진입 근거(뉴스·차트 신호)는 풍부하지만, 퇴장 규칙은 모호하다. 그래서 신호가 틀릴 때는 버티다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맞을 때는 일찍 이익 실현해 수익이 짧아진다. 이를 뒤집는 첫 단계는 ‘선언문’을 갖는 것이다. 예: “나는 모든 포지션에 1R 손절선을 둔다(계좌 대비 0.5~1.0%). 손절 기준은 구조/변동성/시간 중 하나로 문서화한다. 수익은 2R에서 일부, 이후는 트레일링으로 추적한다.” 이렇게 미리 문장으로 고정하면, 매 순간 감정에 흔들리는 대신 문장에 의지해 버튼을 누를 수 있다. 다음으로는 위치 선정이다. 구조 손절은 직전 스윙저점·추세선 하단·박스 하단 같은 ‘논리적 경계’ 바로 뒤에 둔다. 변동성 손절은 ATR×배수(1.5~2.5R)를 활용해 종목 특유의 진동폭을 존중한다. 시간 손절은 기대 이벤트(어닝·가이던스·테크니컬 브레이크아웃)가 일정 기간 내에 전개되지 않을 때 기계적으로 정리하는 규칙이다. 마지막으로 트레일링 스탑은 ‘벌어둔 이익’을 지켜주면서 추세의 뒷부분을 따라간다. 가격 기준(전일 저가 하향), 이동평균 기준(단기선 종가 이탈), 변동성 기준(ATR×배수) 중 하나로 일관되게 적용하면, 큰 추세에서 “끝까지 남는” 횟수가 늘어난다. 퇴장은 고통이 아니라 설계다. 손절과 트레일링을 도구화하면, 계좌의 드로다운은 예측 가능한 범위로 수렴하고, 수익구간은 길어진다.
본론: 손절·트레일링 실행 레시피—위치 선정, 수량 계산, 예외 처리, 체크리스트
1) 손절선 위치 선정 3가지
① 구조 손절: 직전 스윙저점/박스 하단/추세선 하단 등 ‘논리적 경계’ 바깥으로 최소 틱만큼 여유를 둔다. 과도하게 촘촘하면 잡음에 휘둘리고, 넓으면 손익비가 나빠진다.
② 변동성 손절: ATR×1.5~2.5를 기본으로 한다. 종목 변동성이 커질수록 손절 거리는 넓어지고, 같은 1R 기준에서 수량이 자동으로 줄어 ‘변동성 균등화’가 된다.
③ 시간 손절: 브레이크아웃 후 N일 내 고점 갱신 실패, 이벤트 D+3에 모멘텀 소멸 등 ‘시간 조건’을 만족 못하면 청산. 방향이 맞아도 ‘너무 느리면’ 기회비용을 줄인다.
2) 수량 공식—1R로 역산
손절선이 정해졌다면 수량은 자동으로 결정된다. 수량 = 1R ÷ (진입가 − 손절가)(롱) 혹은 1R ÷ (손절가 − 진입가)(숏). 1R은 보통 ‘계좌 × 위험비율(0.5~1.0%)’. 수수료·슬리피지를 감안해 거리(한 주당 위험)를 5~10% 보수적으로 키워 계산하면 실제 손실이 1R를 넘지 않게 관리된다.
3) 손익비·청산—2R 첫 분기, 나머지는 트레일링
최소 2:1 손익비를 가정하고, 2R에서 40~60% 1차 청산, 3R에서 일부 추가, 잔여는 트레일링으로 추적한다. 이동 손절은 ‘수익구간 진입 후’부터만 당긴다. 너무 이르면 정상적 되돌림에 퇴장해 ‘짧은 이익, 긴 손실’의 역설이 반복된다.
4) 트레일링 방식 3가지
가격 기반(전일 저가/고가 하향/상향), 이동평균 기반(5/10/20선 종가 이탈), 변동성 기반(ATR×n). 하나만 선택해 일관되게 적용한다. 포지션 성격(스윙/포지션)에 따라 n값과 평균 기간을 다르게 두는 것이 요령.
5) 예외 처리—갭·급락·체결 실패
갭다운으로 손절가 아래로 바로 내려가면 시장가로 신속 정리한다(예외 허용 범위: 1.2R~1.5R). 장전/장후 유동성 얕은 종목은 스탑리밋보다 ‘스탑→시장가’가 체결 안정성이 높다. 뉴스 급락·서킷 브레이커 상황은 추가 하락 리스크가 커서 ‘재량 보류’보다 ‘기계적 청산’을 우선한다.
6) 분할·재진입 프로토콜
분할 진입은 심리 안정에 유리하다. 첫 신호에 50%, 유리한 방향으로 0.5~1.0R 진행 시 30%, 추세 확인 후 20%. 손절은 최초 기준 유지, 평균단가 개선 시 손절선도 함께 당긴다. 손절 후 재진입은 기준이 동일해야 한다. 같은 수준 재돌파(브레이크아웃 재시도), 고점/저점 갱신 후 되돌림 지지 확인 등 명확한 트리거를 요구한다.
7) 포트폴리오 차원의 위험 한도
단일 종목 1R, 섹터 합산 3R, 전체 포트폴리오 동시 노출 5R 상한 같은 ‘총량 규제’를 적어둔다. 지수 ETF와 동일 섹터 종목 동시 보유는 중복 계수(예: 1.3배)로 계산해 과대노출을 방지한다.
8) 체크리스트(복붙)
□ 손절 방식(구조/ATR/시간) □ 손절가와 1R 금액 □ 수량=1R÷거리 □ 최소 손익비 2:1 □ 2R/3R 청산 계획 □ 트레일링 기준(가격/이평/ATR) □ 갭 예외 처리 □ 포트폴리오 총 위험(R) □ 이벤트 캘린더(FOMC·CPI·어닝) □ 기록(감정 로그 포함).
결론: “작게 잃고 길게 버틴다”—퇴장 규칙이 수익의 모양을 바꾼다
장기 성과는 탁월한 진입보다 견고한 퇴장에서 갈린다. 손절은 손실을 확정하는 게 아니라, 더 큰 손실을 예방하고 다음 기회를 보존하는 보험이다.
트레일링은 ‘아깝다’는 감정을 루틴으로 대체해, 큰 추세의 뒤를 끝까지 따라가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세 줄을 고정하자. ① 1R 선언: “모든 포지션은 계좌의 0.5~1.0%를 넘는 위험을 취하지 않는다.” ② 손절·청산: “구조/ATR/시간 중 하나로 손절가를 정하고, 2R 첫 분할 후 트레일링으로 추적한다.” ③ 예외·총량: “갭 시 시장가 정리, 단일 1R·섹터 3R·포트폴리오 5R 상한.” 이 세 줄을 메모앱 상단과 주문 티켓 옆에 붙여두면, 급락장의 공포·급등장의 탐욕 속에서도 행동은 일정해진다. 반복은 실수를 줄이고, 실수의 감소는 복리를 지킨다.
규칙을 적고, 체크리스트로 확인하고, 일지에 남기자. 퇴장이 설계가 되는 순간, 수익곡선은 매끄러워진다.